토진스님은 ‘싸우지 말고 경쟁하자. 좋은 경쟁에 서로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바라는 불자가 아니라 도움이 되는 불자가 되자. 좋은 서대문, 좋은 서울을 만들어 보자.’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운동회 종목은 족구, 계주, 축구, 줄다리기, 피구, 박 터뜨리기, 줄넘기, 낚시놀이 등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운동회 시작은 줄넘기였다. 5살이나 되었을까 한 어린이부터 칠순을 훌쩍 넘겼음직한 보살까지 열심히 줄넘기. 50명 중에서 최종 10명이 상품을 받았다. 상품은 바자회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상품권.
먹거리 바자회는 컵라면, 야채전, 어묵, 꽈배기, 떡볶이, 순대 등 친근한 메뉴들로 어린 불자들뿐 아니라 모두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익금 전액은 ‘한미 청소년 불교문화 연수단’ 후원에 쓰인다 한다. 먹거리 바자회 옆에는 한지로 만든 옷, 전통 청국장, 매실 원액, 청바지 등을 파는 물품 바자회도 열렸다. 값도 싸고 품질도 좋다.
▲ '박 터뜨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불자들
줄넘기에 이어, 노인 불자들을 위한 낚시놀이가 이어졌다. 낚시놀이는 상자 안에 대학생들이 숨어서 65세 넘은 노인들이 뛰어오면 낚싯줄에 선물을 달아주는 놀이. 어르신 공경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참가자 모두 선물을 듬뿍 받는다. 이어진 박 터뜨리기의 상품은 식용유, 선물도 재미있다.
점심 공양 중 있었던 행운권 추첨의 상품도 역시나 먹거리 상품권. 소탈하며 재미있다. 점심 공양이 끝나고 족구, 피구, 축구 등의 구기 종목이 이어졌고 뒤이어 운동회의 최고재미인 줄다리기와 장애물 경주가 이어졌다.
흙먼지가 휘날릴 줄 알았던 운동장에는 전날 내린 비로 햇볕이 내리 쬐고, 운동장의 모래에 반사된 햇볕에도 눈이 아플 정도다. 그래도 모두 신나게 응원한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꽃바구니 옆에 끼고’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며 모두 동참하는 응원에 햇볕도 피해 간다. 모두의 얼굴엔 부처님의 미소 같은 미소가 머금어졌다.
즐거운 가을 운동회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서대문에 있는 모든 조계종 사찰, 즉 금륜사, 조계사 서대문회, 수효사, 홍련사, 정수사, 석가사, 불교문화포교원, 서대문구청 불심회 등 모든 사찰의 불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모두 승자다.
사실, 본 행사의 의미는 크다. 서대문구 불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처음으로 모였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회 및 바자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계사에서 추진 중인 지역구 모임과 더불어 지역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고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 바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