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에 마른 국화 송이 한 잎을 동동 띄워 봅니다.
쪼그라져 있던 잎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활짝 피어 납니다.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고혹한 향기가 진하게 사방으로 퍼져 납니다.
싫지 않은 향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계절이 끝난 후에도 붙잡아 놓고 싶은_
향만으로는 조금 아쉬워 `후후` 불며 마셔 봅니다.
뜨겁고 향기로운 액체가 목젖을 타고 흐릅니다.
몸 속으로 내 마음속으로 만개한 국화꽃 향기가 내려앉습니다.
욕심스럽게 잡아 둔, 한 움큼 가을차(茶)를 그대와 마주 앉아
무덥고 힘겨웠던 지난 여름을 얘기하며 `홀짝홀짝` 마시고 싶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밤,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번져 옵니다.
2011.11.9 달 차오르는 밤, 가피쉼터에서 차를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