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달 내내 야단법석으로 피안(彼岸)을 토로하던 시인과 촌장은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시인과 촌장 중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 누가 이겼는지, 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위가 조용해졌다는 사실의 안도를 했습니다.
때론, 침묵(沈默)도 필요한 것은 그 텅 빈 고요와 공허 안에서 간혹,
마음의 평안(平安)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色卽是空,空卽是色)
문득, 시간이 싫어하는 깡마른 여자아이 "모모"가 생각났습니다.
언제나 느리게 걷고, 오래도록 생각하며, 한참 동안 남에 말의 귀를 기울이며
유유자적(悠悠自適)했던 "모모". 사람들은 그를 철이 없다고들 했지요.
그러나, 그 누구도 "모모"가 붙잡아 가둔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들은 빼앗진 못했지요.
가을이 떠나려는 길목에서 묵언(默言)과 "한 걸음 늦게, 그리고 천천히"가 떠 올려지는 것은
바쁘다는 핑계로 간과하며 살았던 내 인연(因緣) 지어진 모든 것들에게 미안해서가 아닐까요?
2011.11.13 조계사 경내 한적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