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이마저도 넘친다며 강원도 산골로 떠나셨지요.
홀로 사는 기쁨을 누린 다는 무소유의 삶이 그런 것일까요.
뒤돌아서는 길, 동행했던 이가 고독한 공부방 지키는 학승에게
배낭 속 간식을 털어 스님 대하듯 공손히 전하는 정겨운 손길을 보며
절집을 나서려는데
왠지 자꾸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려진다.
아차, 양지쪽 한그루 동백나무가 빨간 꽃 몽우리를 펼친 채
눈짓을 하고 있다.
‘거사님은 걱정 말고 내려가세요. 우리가 스님을 지키고 있을게요.’
사립문 벗어나 살갑게 놓여 있는 돌다리 건너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산죽 우거진 오솔길에는 어느 틈엔가 세속의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앉는다.
법정 스님 글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 버리고 떠나기에서 -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 산방한담에서 -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공(空)이 춤추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안과 밖과 너머에 있는 광대한 고요함과 사랑의 침묵이
곧 수많은 선각자들이 말하는 공(空)의 실상이다.
-독일의 선 수행자 '아디아 샨티'의 [선] 에서 -
어쩜 법정스님의 삷의 철학을 읽은 듯 생각을 보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