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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 입력 2012.01.06
  • 수정 2024.11.19

가산당 지관 대종사 종단장(宗團葬) 및 다비식(茶毘式) 

 지난 2일 오후 7시 55분 경국사에서 원적(圓寂)에 드신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 가산당(伽山堂) 지관 대종사(智冠 大宗師) 종단장이 6일 오전 11시 해인사 보경당 마당에서 스님들과 불자, 정관계 인사, 추모객 등 일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숙연하게 봉행되었다.

 

▲ 종단장이 숙연하게 봉행되고 있는 영결식장.

참석 대중 모두가 울먹한 마음으로 머리 조아려 합장을 하고 대종사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석가모니불’ 정근이 해인사 도량을 덮었다.
의식을 알리는 다섯 번의 타종의식, 명종이 울리고 해인사 노전 창선스님의 영결법요와 사회로 종단장이 시작되었다.
불교계의 대표적 학자이셨던 지관스님에게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발간, 세계불교학 연구와 한국불교학연구 등 민족문화창달과 국민교화에 끼친 업적을 기려 정부가 수여하는 금석문분야 금관문화훈장추서가 있었고,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의 대종사 행장 소개와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영결사가 있었다.

▲ 일만여 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식장은 소한(小寒) 날씨가 무색하게 훈훈함이 감돌아 스님의 원덕을 감사해 했다.

자승스님은 영결사에서 "오늘날 한국불교의 진면목을 바로 세워 주신 대종장이셨기에 오늘 장엄하는 추모와 헌사는 부족하기만 합니다. 스님의 혜안으로 천 년 동안 잠겨 있던 보장(寶藏)의 빗장을 열었으니, 우리 삶에 녹아 있는 불교의 가르침은 하나 둘 제 뜻을 바로 찾아가 후학과 중생들이 아무리 보물을 꺼내어도 줄어드는 일이 없습니다."라며,

“‘한 중생도 남아 있어 성불하지 못하면 영원토록 정각도를 취지 않으리.’라고 하셨던 말씀 잊지 마시고 이 사바로 돌아오시어 한 중생 남김없이 제도하실 그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릴 것입니다. 속히 환도중생 하시어 지혜의 보장을 다시 열어 주옵소서.”라고 말씀했다.

조계종교구본사 주지협의회장 금산사 주지 원행스님의 "큰스님께서는 적멸의 참 도리를 보이셨으나, 간밤 폭풍 한설에 가야산 상왕복 낙락장송 무너진 듯, 애석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라는 조사가 낭독되자 여기저기 훌쩍이며 옷소매로 눈시울 훔치는 모습들이 보였다.

"자식들이 먼곳이니 가지 말라고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경국사에서 이곳 영결식장에 왔다"는 이경숙(83세) 할머니는 "평소 손까지 잡아 주시며 건강하라시던 큰스님께서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시니 너무 슬프다"라고 하시며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안타까워했다.

▲ 영결식장을 떠난 법체가 법구차로 이운되고 있다.


대통령 조의문 대독이 있었고, 추모곡 혼성중창단의 조가 합창과 각계대표 헌화와 분향을 끝으로 보경당 뜰 장례의식은 마무리 되었다.

이어 다비식(茶毘式)을 위하여 지관 대종사 법체는 가야산 중턱에 마련된 연화대로 이운되었다. 약 2km쯤 떨어진 연화대로 향하는 이운 행렬은 조계종단기(旗)를 선두로 영전, 운구차, 스님들과 1200여 기의 만장, 그리고 만여 명의 불자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움직이는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 종단기 영전을 앞세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운구행렬 

 

▲ 마지막 가시는 길, 천천히 또 천천히 연화대를 향하여

▲ 일천여기의 만장과 일만여명의 사부대중들이 스님의 법체를 따라 고샅길을 돌고

오후 2시 경 만여 명 참석대중들의 ‘불! 법! 승!’ 합송과 함께, 관계스님들이 거화봉(擧火棒)으로 지관큰스님의 법체가 안치되어 있는 연화대에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라고 하며 불을 붙였다. 불자들의 합장 ‘나무아미타불’ 정근이 가야산 자락 굽이굽이마다 애통하게 메아리쳐 넘쳤다.

▲ 자승스님 등. 관계스님들이 연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피어올랐던 붉은 불길이  이내 흰 연기가 되어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갔다. 그날 그렇게 연기처럼 바람처럼 지관 큰스님은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들어낸다.’라는 사세계(辭世偈)를 남기고, 세연(世緣)을 절연한 채 우리 곁을 떠나셨다. 향년 세수 80세, 법랍 66세.

▲ 붉은 불꽃이 무서운 기세로 피어오르고 있다.

▲ 자욱한 연기를 타고 큰스님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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