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6일 새해 첫 금요일에 강원도 고성에 있는 화암사를 찾았다. 화암사는 주변 풍광이 좋아 마치 신선이 부처님을 공양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곳이다.
일주문에 ‘금강산 화암사(金剛山 禾巖寺)’란 현판이 걸려 있다. 고성에 있으면서 왜 금강산 화암사라 했을까? 안내 표지판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화암사 삼성각 안 벽에는 금강산 천선대, 상팔담, 세전봉 등 금강산이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것이 화암사가 금강산 1만 2천 봉 8만 9 암자 중 남쪽에서 시작하는 첫 봉인 신선봉에 있는 첫 암자라는 증거다.’
기자도 처음 알았다. 금강산이 고성에서 시작하고 그 봉의 이름이 신선봉이며 금강산에 8만 9 암자가 있다는 것을. 설악산 끄트머리에 있는 금강산 화암사는 금강산과 설악산이 각각 딴 몸이 아닌 한 몸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웅전에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풍악제일루(楓嶽第一樓)란 도도한 간판을 단 정자가 보인다. 풍악은 금강의 가을 이름이다.
계단을 오르기 전에 있는 안내표지판에서 ‘화암사’란 이름의 유래도 알 수 있다. 화암사의 원래 이름은 화엄사(華嚴寺)였다. 769년 신라 혜공왕 5년, 진표율사가 화엄사를 창간하고 화엄경을 설했다. 제자 100명 중 31명이 하늘로 올라가고 69명이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얻었다 한다.
이름이 화암사(볍쌀 바위 절)도 바뀐 것은 1912년 경이었다.
화암사 남쪽 300미터에는 왕관모양의 수(秀)바위가 있다. 절이 민가와 멀리 떨어져 수행하는 스님들이 공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다. 어느 날 수행하던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있는 바위굴을 두드리면 쌀이 나올 것이다. 그 공양미로 열심히 수행에만 힘쓰라.”라고 했다. 그 후로 화암사라 절 이름이 바뀌었다. 결국, 신선이 부처님을 공양하는 절이라는 것.
대웅전 앞마당의 사리탑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위엄이 있을 것 같지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버지와 같다고나 할까? 오르는 계단 입구의 사자상도 죄를 미워하지만, 사부대중은 지킬 것 같은 인상이다. 대웅전, 삼신각, 사리탑, 풍악제일루, 등 사찰 곳곳이 놓칠 곳이 하나도 없다.
▲ 화엄사 주변 전경 (울산바위)
스님 말에 의하면 사시사철 절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한다. 봄에는 여러 가지 꽃들, 특히 벚꽃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또한 속마음을 깨끗이 해준다. 가을에는 낙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하지만 화암사의 진미는 겨울에 있다. 꼭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