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56(2012)년 1월 13일(금) 혹한에도 열기가 넘치는 동대문구 불심가족 30여 명이 청량리 금강제화 2층에 모였다. 2012년 캘린더를 새롭게 바꿔 단지도 2주나 지났지만, 새해 첫 지역모임이다.
“지역모임이 끝나고 사흘만 지나도, 다음 모임 장소 때문에 한 달 동안 잠 못 이루는 고민이 시작됩니다.” 지역대표 강상순(대길화) 보살이 인사를 채 끝내기도 전에 건넨 첫마디다.
그간 지역모임 장소 때문에 겪었던 고생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강상순 보살은 “그래도 오늘 장소는 불교 기본교육을 마친 김경미(무량심) 보살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다소 마음 편한 자리다.”라고 말하며, “설 명절 준비로 지난번보다 인원이 몇 사람 줄어들긴 했지만, 매번 새로 나오신 분이 더 많아서 위안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계사 지역모임 일일법당 안-
비록 주의가 산만한 식당 한편이지만, 법회에 대한 열기는 큰 법당에 못지않다.
이번 모임에는 행정국장 성진스님이 좋은 가르침을 전해주기 위해 왔다.
법회 준비를 하던 중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라 주차공간을 찾느라고 조금 늦었다.”는 성진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성진스님은 어깨에 둘러멘 묵직한 보따리를 내려놓고, “모임에 늦은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가져왔다. 돌아가실 때 하나씩 나눠 가져가라.”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보따리 속에는 땅끝마을 우리 쌀 공양 떡국과 조계사 신년 캘린더, 그리고 동지헌말(양말)이 가득 들어 있다.
손수 가져오신 무거운 짐의 무게보다도, 그 속에 담긴 지역 불자에 대한 정성과 배려의 무게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 자상함에 마음이 열리고,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 법문하는 행정국장 성진스님
지역대표님의 “몸과 마음이 어디 있든지 우리의 모든 고통이 불성의 밝고 투명한 빛 속에 녹아들게 해 달라!”라는 기도문이 낭독된 후, 성진스님의 소참법문이 이어졌다.
성진스님은 “참기 어려움을 참는 것이 진실한 참음이오.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일상의 참음이다.”라고 잡보장경의 ‘참음’에 대해 법문하였다. 스님은 인내와 인욕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결국은 모든 건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또 ‘조금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쫓기는 듯 살아가는 중생들의 조급함’을 예로 들며, “승강기, 차량경음기, 끼어들기 등 우리 일상에서 흔히 서두는 작은 일들에 3초의 여유라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라고 당부했다.
소참법문을 끝낸 후, 프로그램에 없었던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바로 ‘즉석 축원신청’을 받는 것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광산을 하는 정봉길 불자와, 천안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선희 보살의 신청을 받아, 사업번창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참석한 모든 이들과 함께 발원함으로써 더욱 의미 깊은 법회가 되었다.
회향하면서, 공지사항이 전달되었다. 임진년 정초 오복기도 일정 안내와 2월 12일 정월 방생법회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동해안 등명락가사에서 갖는 생명나눔 ‘정월 방생법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였다.
가없는 불도를 다 이루겠다는 사홍서원으로 끝으로 지역모임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친교와 공양시간, 주인 보살님의 배려로 메뉴에도 없는 특별 공양식인 따뜻한 매생이국이 준비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님은 다음 스케줄에 쫓겨 한 숟가락도 드시지 못하고, 선물 보따리만 남긴 채 떠났다.
▲ 지역모임 장소를 제공해준 김경미(무량심) 보살
* 오늘 모임장소인 [그 맛집, 큰오리집]을 제공한 김경미(무량심)보살은 조계사 기초반 72기 출신으로, 바쁜 생업 가운데서도 조계사에서 실시하는 경전수강 및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분이다. 2012 불교대학 입학을 목전에 둔 신심 깊은 우리 조계사 불자이기도 하다.
카운터에 걸어둔 ‘사람이 오는 것은 실은 어머어마 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글귀처럼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유별난 분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지역 모임 장소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편안하게 제공하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