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지역모임은 작년 9월 30일,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창립법회를 가졌다. 강동구 굽은다리역 근처 식당에서 30여 명이 첫 모임을 가진 이래 네 번 만나는 동안 모임 장소가 확정되었다. 둔촌동 보훈병원 법당이다. 지역모임의 가장 중요한 장소, 그것도 아주 만족스런 곳을 구했으니 지역모임 지회장으로서 한시름 덜은 셈이다. 강동구 지역모임의 상품행 김태해(58세) 지회장은 ‘발원하니 길이 열리더라’며, 장소 섭외과정을 설명한다.
“보훈병원 법당을 모임 장소로 섭외해달라고 어떤 분한테 부탁했더니, 그분이 법당을 관리하는 스님을 만나러 여러 번 찾아갔는데도 안 계셔서 못 만났다더군요. 할 수 없이 제가 직접 찾아갔는데, 단 한 번에 만나 허락을 받았어요. 그게 인연인가 봐요.”
그렇게 모임 장소가 해결되고 모임 날짜도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아침 11시로 확정되었다. 총무, 재무, 교무를 비롯해서 전체 9개 동 가운데 7개 동의 대표도 뽑았다. 지역모임 지회장 부촉장을 받고 정신없이 달려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새해를 맞았다. 이제는 강동구 지역 불자들을 포섭(?)하는 일이 김 지회장을 기다린다. 한 달이면 20일 이상을 절에서 봉사하며 보낸다는 김 지회장은 힘들 법도 한데 편안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부처님 일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단다.
“8년 전, 조계사에 나오면서부터 상단 공양물을 관리하고 떡을 나눠주는 청향법등 활동을 했어요. 지난 2년간 청향법등 법등장으로 일했고, 올해는 목요 당번이에요. 강동지회장 소임도 그렇고, 초발심으로 절 일을 하다 보니 보람 있고 고마울 뿐이죠.”
백일기도로 태어난 김 대표 부부, 사위까지 온 가족이 불자
강릉 김씨 종가의 맏딸로, 청주가 고향인 김 지회장은 출생부터 불연이 깊다. 당시 감리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개종하고 용화사에서 백일기도를 한 뒤에 그를 낳았다. 어머니 나이 스물여덟, 혼인한 지 십 년 만의 일이었고 김 지회장 아래로 아들을 포함해서 다섯을 더 낳았다. 하지만 김 지회장의 인연은 덜 여물었는지 대학 때까지 개신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의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직원 소개로 남편을 만났는데, 딸 넷을 둔 시어머니가 백일기도로 얻은 외아들이었다. 참 묘한 인연은 그렇게 무르익더니 어느 날 그이를 불렀다.
“아들 초등학교 부근에 작은 절이 있었는데, 지날 때마다 독경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더라고요. 마음속에 ‘난 언제가 되어야 절에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동경심이 있었는데, 동네 어른 한 분이 이끌어 주셨어요.”
한창 초발심으로 참선공부에 빠졌을 때는 절에 가는 날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김 지회장을 흔들면서 “왜 절에 안 가고 잠만 자냐”라며 깨웠다. 남편은 6년 전 53선지식 초청법회를 계기로 법문에 끌리더니, 강동구 지역모임에도 참석하면서 김 지회장 활동을 적극 지지해주고 있다. 재작년에 맞은 사위도 부모 영구위패를 조계사에 모셨고, 특히 조계사보를 꼼꼼히 읽고 장모님에게 질문까지 하는 열혈 구독자다. 이렇게 세 자녀와 남편, 사위까지 온 가족이 불자가족이니, 김 지회장의 얼굴이 환한 이유가 짐작이 간다.
강동구 지역, 특히 김 지회장이 사는 길동 지역은 개신교세가 강하다. 큰 교회를 중심으로 상권도 형성되어 있고 신자들끼리 단결이 잘 돼 포교하기가 만만치 않단다. 하지만 상품행 김태해 지회장의 올해 발원 또한 그에 못지않게 단단하니, 응원하며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