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거나 외로울 때 곁에 있는 동네 도반
-성북지회장 정인섭(법경)
그냥 한눈에 봐도 성실하고 부지런할 것 같은 법경 정인섭(61세) 성북지회장. 아니나 다를까, 현재 일요법회 봉행팀 회장 등 정인섭 지회장의 활동이 예사롭지 않다. 41기로 기본교육을 마치고 불교대학(52학번)에서 공부한 뒤 4년간 지역법회 총무로 일한 정 지회장은 우리 동네 조계사 지회 구성을 누구보다 크게 반겼다. 조계종 포교사로 활동하면서 평소 지역 모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일요법회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지만, 올해는 성북지회 일에 좀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동네 조계사는 이제 기초를 다지는 단계잖아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11시에 모이는 성북지회 모임 장소는 안암동 대원암이다. 법공 스님이 힘써준 덕분이다. 첫 모임에 34명이 참석하더니 여섯 번쯤 모이자 약 30명이 고정적으로 참석한다. 성북지회의 올해 목표 인원은 4백 명. 조계사와 가깝다는 좋은 지리적 조건을 최대한 살리고 체면도 유지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대표들이 정말 열심히 그 목표를 향해 함께 뛰고 있단다.
‘하화중생’이 절실한 때
정 지회장의 불교 인연은 오래되었고 깊다. 할머니 손잡고 따라간 절이 김제 금산사와 논산 고란사다.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어머니의 지독한(?) 불심에 반발하며 어깃장을 놓곤 했다. 어느 날 법당에서 절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연꽃처럼 어여뻐 보였다. “천 번 절하면 부처님 눈썹이 움직인다”라는 어머니 말씀에 넘어가 첫날 3백 배를 했다. 정말 그때 부처님이 미소 짓는 걸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조계사는 20여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의 허전함을 달래려고 찾은 직장에서 제일 가까운 절이었다. 요즘 조계사 신도로서 자부심을 갖는 건 기도와 법회만이 아니라 한 가지 더 배우는 게 있는 절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일을 거들겠다는 마음이 정 지회장으로 하여금 임원직을 맡게 했다.
성북지회는 첫 모임 이래 회원 두 사람이 상을 당했고 입원한 사람도 있었다. 지도법사 스님과 임원들이 문상 가서 시다림을 하고 병문안도 했더니, 회원들이 정말 좋아했다. 일반 신도로서 특히 스님의 시다림과 조계사가 보낸 ‘조화’에 감동했다는 반응이다. 정 지회장이 현재 포교사로서 염불봉사를 하면서도 6개월 과정의 상장례교육에 접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불교가 상구보리 하화중생 중에서 ‘하화중생’이 한참 부족한 것 같아요. 특히 스님들의 하화중생 실천에 불교 미래가 달렸다고 봅니다. 우리 동네 조계사의 각 지회가 ‘하화중생’의 가장 훌륭한 도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요법회와 지회 모임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정 지회장의 현재 화두다. 그는 또한 ‘절 마당에서 어린이가 뛰어놀고, 청소년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런 사찰이 늘어나기를 매일 발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