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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조계사’ 대표를 만나다

  • 입력 2012.03.27
  • 수정 2024.11.22

 

관악지회장 혜림 황경인

▲ 관악지회장 혜림 황경인

60세까지 온몸으로 올인!
관악지회장 혜림 황경인
우리 절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우리 동네 조계사’. 30개 전 지회 가운데 모임 참석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그간 연인원으로 140여 명이 참석했고, 지난 2월 모임에 82명이 참석하는 기록을 세운 관악지회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면 관악구에 조계사 신도가 가장 많이 사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400여 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비결이 뭘까?
마땅히 혜림(慧林) 황경인(53세) 관악지회장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절실하게 원하는 마음이 회원들에게 닿았다고 생각해요. 첫 모임에 70명이 참석했고, 매번 70~80명이 동참했는데 계속 80명을 넘기지 못해 안타까웠어요. 그런 제 마음이 통한 거 같아요.”

지독한 시련이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 불교
혜림 황경인 관악지회장은 불교를 알기 전까지는 대단한 멋쟁이였다. 타고난 미모에다 이른바 명품 옷을 입고, 매일 미용실을 드나들며 외모 가꾸는 데 몰두했다. 그것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
부러울 것 없던 삶에 느닷없이 큰 시련이 닥쳤다. 비록 자신의 선택일지라도 당연하게 누렸던 것을 잃고 나니 ‘무상(無常)’의 도리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1년가량 시골 절에 다니며 청소도 하고 법당 좌복을 죄 걷어다 몰래 빨아다 놓기도 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건 딸과 108도량을 순례하며 조금씩 되찾아갔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니 뚜렷이 보였다. 겉모습만 열심히 꾸미고 살았구나. 그 순간 황경인이란 존재는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때부터 멋진 옷 대신 법복을 입고, 화려한 차림보다 수수한 생머리로 불교 공부를 하러 다녔다. 기본교육을 마치고 불교대학을 수료하는 날, 대학 졸업 때보다 더 기뻤다. 총무부장을 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인연의 소중함을 배운 성숙하는 시간이었다. 대학원 공부가 지회장 회의와 계속 겹쳐서 휴학하기로 맘먹었다.
“2004년 조계사에 입문해서 공부하면서 크게 결심했어요. ‘60세까지는 온몸으로 조계사에 올인하자!’ 부처님 일은 시키는 대로 가리지 않고 하겠다는 그 마음으로 지회장을 맡았어요.”
조계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도 남편과 하나뿐인 딸은 불평보다 격려가 더 많다. 딸은 황 지회장을 따라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비롯, 천수경 등을 공부하며 불심을 키우고, 남편은 집안일을 좋은 음식 솜씨로 아내 일을 거든다.
더 놀랍고 고마운 건 남편의 변화다. 일 년에 단 하루 사월초파일 신자일 뿐이지만 딸과 조카들 용돈을 줄 때도 불전에 올릴 보시금은 꼭 따로 챙겨 봉투에 넣어 준다. 밖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황 지회장에게 “기도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내의 기도의 힘을 확고하게 믿는 눈치다. 얼마 전에 전공 서적을 출판했는데, 서슴없이 “부처님께 고맙다”고 했다. 반성할 일이 있을 때는 “다음에 꼭 기본교육 받겠다”라고 자진 맹세한다. 황 지회장이 얼마 전 대상포진에 시달리면서 방생 준비와 겹친 포교사 시험 1차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남편과 딸 덕분이란다.

정진, 우리도 부처님같이
황 지회장에게 관악지회 일은 또 다른 수행이며, 아만(我慢)을 버리는 시험대다. 창립준비로 전화 거는 일부터, 오만의 표상처럼 부탁이 익숙하지 않은 그이로서는 쉽지 않았다. 작년 추석 다음 날, 갑자기 친정어머니 상을 당한 한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49재 공덕’을 설명해줬더니 막재만 지내겠다던 그 회원이 7×7재를 다 지내겠다고 했다. 형제 많지만 모든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7재까지 관악지회 회원들이 매번 20여 명씩 동참했다. 회원들 화합에 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지난 2월, 맹장수술로 입원 중인 회원에게서 밤 11시에 절박한 전화 메시지가 왔다. 다른 곳에 이상이 생겨 2차 수술을 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통증이 심해 죽을 것 같았다고 한다. 병문안을 가서 그이 무릎을 잡고 북받쳐 울면서 부처님께 절절히 기도했다. 집에서도 절에서도 계속 그이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면서 문득 어려운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자신과 자신의 자리가 고맙고 감사했다. 어려울 때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울컥 감동스러웠다. 예전의 도도했던 그이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요즘 황 지회장은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회원들 사진을 확대해서 이름과 법명까지 대조하면서 얼굴을 익히는 중이다. 140여 명이나 되니 쉽지 않지만 마음은 기껍기만 하다. 머잖아 소식지도 낼 계획이다.
60세까지 조계사에 올인하겠다는, 부처님께 봉사하면서 ‘부처님같이’ 정진하겠다는 발원이 그런 많은 일들을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불교 입문 늦깎이인 혜림 황경인 관악지회장의 제2의 삶에, 물러남 없을 정진 원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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