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2,500여 년 전 인도의 아사세 왕이 부처님을 궁중으로 초청하여
설법을 듣고, 또 부처님이 다시 기원정사로 돌아가시는 길에 수많은 연등을
공양으로 밝혀 도시가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까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와 광명을 상징하는 등불 공양을 올리고 신심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연등공양을 올리는 것일까요?
우리는 남에게 선물(공양)을 하려면 애써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찾아서 선물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복(자비광명, 慈悲光明)과 지혜(진리광명, 眞理光明)를 구족하신 참 생명 그 자체이신 부처님은 무엇을 좋아하시는가?
등불은 마치 태양과 같아서 어두운 미혹과 착각을 깨뜨리고 자비광명의 따사로운
햇살로 만물을 성장시키는 것이 보살행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처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등불을 공양 올리는 것입니다.
촛불을 밝히며 소원성취를 발원하고, 부처님께 가깝게 인도되기를 바라는 인등(引燈),
또는 장명등(長明燈), 연꽃 모양의 연등, 원만하다는 뜻의 만월등, 부처님의 무량 공덕,
생명들을 찬탄하는 수복등,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원통등, 불교의 진리를 하나로
상징해서 표현한 만다라등, 팔정도를 의미하는 팔모등, 6바라밀을 뜻하는 육모등 기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서 많은 종류의 등을 만들어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10가지 다른 이름 중에는 ‘명행족(明行足)’이라는 칭호가 있습니다.
명(明)은 진리의 등불을 뜻하고 행족(行足)은 진리의 등불을 달고 있는 모습(그릇)으로써
그 그릇의 모습이 원만구족하고 무한능력자요, 거룩한 부처님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께 연등을 공양하는 것은 내 마음의 부처님을 연등에 다 모셔서 부처님께
올리는 것이며, 내 마음속에 참 생명을 밖으로 드러내서 형상화 시킨 부처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법당에 밝히는 등불(인등)은 지혜의 광명을 의미합니다.
지혜는 자비를 비롯한 수많은 덕목보다 우선하는 불교의 최고의 가치입니다.
지혜가 없는 자비는 정과 애착일 뿐입니다. 자비도 깨달음의 지혜가 있는 뒤에야 자비다운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지혜와 광명, 불교에서 갖추어야 할 모든 덕목의 결론입니다.
그래서 법당에는 전기불이 켜져 있어도 깨달음의 지혜를 상징하는 촛불도 켜고 인등을 밝힙니다.
부처님오신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뜻에서 형형색색 수많은 등불을 켭니다.
지혜의 상징인 등불을 밝힘으로써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이 되살아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그래서 또한 지혜의 광명으로 무명에서 벗어나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소망에서 등을 밝힙니다.
우리 모두 연등공양에 동참하여야겠습니다.
2012.4.7 조계사 가피 연등공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