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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조계사’ 지역모임 대표를 만나다

  • 입력 2012.05.02
  • 수정 2024.11.19

동대문구 지회장 대길화 강상순

모닥불처럼 따뜻한 이웃사촌의 모임으로

지난 4월의 어느 화사한 금요일 오전, 조계사 큰설법전에 ‘우리동네 조계사’ 동대문구 지역모임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앞과 법당 출입구에서는 임원들이 수줍은 미소로 반갑게 회원들을 맞이하고, 대길화 강상순 지회장은 모임 진행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면서 일일이 회원들과 눈인사를 주고받는다.
일곱 번째인 오늘 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약 30명, 신도사업국장 법공 스님이 이끄는 발원문 낭독에 회원들 모두 한마음, 한목소리가 된다. 봄날처럼 따사롭고 편안한 표정들, 동대문구 지역모임의 첫인상은 오래 만난 정 깊은 이웃사촌들처럼 다정하고도 차분했다.

첫 모임 날, 비가와도 ‘좋은 징조’라 여긴 여유
남들 앞에 전혀 나설 것 같지 않은, 아직도 쑥스러움이 많은 강상순(52세) 지회장은 성격도 외모도 천생 여자다. 하지만 그 여성성 안에 여유로운 강인함이 숨어 있다. 작년 10월 12일 동대부고 법당에서 가진 동대문구 첫 지역모임 날, 비가 쏟아졌다. 교통편도 좋지 않은 데다 비까지 오니, 참석률이 낮은 건 당연지사.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낙심할 법도 한데 강 지회장은 달리 생각했다.
“비가 오는 건 좋은 징조잖아요. 분명히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씨앗이 싹 트려면 물이 필요한데, 비가 내리니 큰 축복이라고….”
그런 믿음으로 출발한 덕분인지 거주와 생활 구역이 다른 상업지역이란 특성에도 불구하고 매번 모임 때마다 꾸준히 4~5명씩 새 회원들이 들어왔다. 다른 지역모임은 재정이 적자라 걱정이라는데, 동대문구는 오히려 점점 잔액이 많아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모임 때마다 꼭 밥값을 내주시는 분이 나와요. 집안에 좋은 일이 있다거나 어려운 일이 잘 풀렸거나 또는 생일을 맞은 회원들이 보시를 하세요. 기쁜 일은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커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모일 때마다 완전히 잔치 분위기예요.”
한 달 전쯤 열성적으로 일하던 임원 2명이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회원 증가세도 잠깐 주춤하고 있지만 ‘기죽지 않는다’며 웃는 강상순 지회장. 여유를 갖고 찬찬히 노력하면 ‘반드시’ 회원 수가 늘어날 거라는 확신이 예사롭지 않다.

두텁고 깊은 불교 인연, 그리고 조계사
강 지회장은 친할머니 말씀대로라면 ‘부처님께 공들여서 얻은 귀한 외동딸’이다. 할머니의 지극한 불공으로 그이가 태어나고 6년 뒤에 남동생도 생겼다. 할머니는 강 지회장에게 “너는 꼭 부처님을 믿어야 한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남편과 혼인하고 보니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역시 “네 남편이 잘 되려면 꼭 절에 다녀야 한다.”라고 당부하셨다.
4년째 대웅전 관리팀(전 청향법등)에서 봉사하고 있는 강상순 지회장은 조계사 법당에서 첫 불공을 드린 날, 바로 청향법등 봉사자로 스카웃(?) 당했다.
“남편 생일 불공을 드리고 있는데, 당시 청향법등 법등장이 제게 법당 봉사를 하라는 거예요. 신도가 된 첫날 바로 청향법등 봉사자가 된 거죠. 그 전에도 우연히 들렀다가도 불사에는 꼭 동참하곤 했는데, 그게 인연이었나 봐요.”
더 신기한 건 조계사에 다니고부터 좋은 일이 계속 생겼다. 몇 년간 취업을 준비해온 큰아들이 어엿이 취직을 하더니, 참한 불자 아가씨도 만나 혼인을 앞두고 있다. 남편 사업도 기대보다 더 잘 되고 있다.
작년에 동대문구 지역모임 지회장을 맡을 때, 내성적인 본인의 성격상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몇 번의 거절 끝에 받아들인 것도, 지역모임이 잘 될 거라고 확신하는 배경에도, 이런 믿음이 있다. 조계사 부처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지회장으로 일해 온 지난 몇 개월간 강 지회장에게도 기대 밖의 변화가 있었다. 사회생활이 짧았던 강 지회장이 대중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또렷이 그리고 조리 있게 전달해서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된, 그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발전이다. 이 또한 부처님 은덕이다.
일주문에 들어설 때마다 조계사에 ‘수행하는 신도’들이 늘어나기를 기원한다는 강상순 지회장. 오늘 그의 기도는 소박하다.
“앞으로도 오늘만 같기를, 지금만 같기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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