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여, 세상 속으로 들어가자!”
‘의리 있게 살라!’, 마음속 외침에 귀 기울이다.
짧게 깎은 머리에 다부진 체구, 상대방의 마음속까지 뚫어볼 듯 강렬하고 깊은 눈빛. 혜일 김덕중 동작구 지역모임 지회장(53세)은 척 봐도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사중의 기본교육 과정(57기)을 비롯해서 반야천수경반, 금강경반, 유마경반, 법화경반, 불교대학, 불교대학원을 마쳤고 현재 선림원 최고경영자과정을 밟으면서 포교사단에서 염불 봉사를 하고 있다. 조계사 신도 7년차로서 조계사 일주문을 들어온 이래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이런 왕성한 활동력은 주변에도 영향을 끼쳐 부인과 처제, 처형, 손아래 위 동서까지 총 7명을 기본교육과정 동기생으로 만들었다.
새벽 3시부터 시작되는 일과 중에서 김 지회장의 수면시간은 고작 4~5시간. 퇴근하면 매일 조계사로 달려와 저녁예불을 올리고 경전을 읽고 사중 봉사를 한다. 혼성합창단 단원이어서 노래 연습도 하고…. 대웅전 삼존불 봉안 후 염불기도는 하루도 안 빠졌다. 저러고 어떻게 버틸까 싶을 만큼 그의 에너지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무엇을 하든 푹 빠져서 하는 성격이라서요. 전에는 이리저리 사람들을 꽤나 많이 몰고 다녔죠. 싸이클, 암벽 타기 등, 이제는 모든 취미 다 끊고 부처님 법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빠져 산답니다. 하하!”(웃음)
일하고 돈 버는 재미만으로 살던 어느 날, 마음속에서 ‘의리 있게 살아야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게 의리는 곧 ‘나눔’이었다. 정신이 번쩍 났다. 당시 큰 모임의 회장이었던 그는 동작구청과 손잡고 청소년 돕기를 비롯해서 복지활동 등 지역 봉사에 나섰다. 나 홀로 불자가 동네 절과 전국 큰절을 찾아다니며 백일기도를 하고 불교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작한 것도, 조계사와 인연 맺은 것도 그 즈음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불교가 대중 속으로 회향해야 한다….
나누고 회향할 줄 알아야 참불자
금요일 이른 저녁시간, 동작구의 한 문화센터 소회의실에서 열린 여덟 번째 동작구 지역모임. 모든 일이 자로 잰 듯 일사천리다. ‘동작구 지역모임’이란 플래카드부터 식순, 시장기를 때워줄 떡과 음료, 회원이 아닌 청년 도우미까지…. 장소를 비롯해서 모든 게 김 지회장의 성격 그대로다. 동작구 지역모임 지회장으로서 그의 생각은 이렇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지껏 잘하려고만 했는데 이젠 알았어요. 회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두고 보세요. 머잖아 31개 지역모임 중 최고가 될 겁니다.”
사중에서 지역모임을 발족할 때, 불교가 대중에게 회향할 수 있는 ‘천우신조’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자신도 숱하게 염불봉사를 하고 가피도 금방 느끼는 편이지만, 이웃과 사회에 회향하고 함께 나누지 않으면 진짜 불자가 아니라고 믿는다. 불교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어려운 이웃과 나누지 않고 사회에 회향하지 않으면 허공에 그린 그림일 뿐이다.
그래서 조계사 지역모임을 계기로 불교가 세상에 다가가는, 자비를 행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자못 크다. 불교의 휴머니즘이 세상의 밝은 빛이 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젊은 불자들도 늘어야 한단다. 법당에서는 법회를 모시고, 다른 전각에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그들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 김 지회장은 친척이든 일로 만났든 인연이 된 젊은이에게 기초교리 등록증을 선물하고, 계속 불교의 길잡이(멘토)가 되어준다. 지역모임에 나온 젊은 회원들이 공부 잘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지회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친구들이 조계사로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혜일 김덕중 거사. 매일 저녁예불을 올리고 소리 없이 사중 봉사를 도맡아 하는 저녁예불팀 거사들에게서 큰 힘을 얻고, 그들에게서 살아 있는 부처를 본다고 한다.
김덕중 지회장이 동작구 지역모임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갈 동작구 불교의 내일, 자못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불교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군법당 전법 봉사 때 법문을 재밌게, 잘할 수 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