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너울 노랑 파랑의 티셔츠의 물결이 나무에 걸리고, 바람이 옷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날. 조계사 마당에 흰 셔츠를 들고 염색하는 신도들이 가득하다. 최초로 ‘연등회 연등축제’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되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신도들이 연등행렬 참가 시 입을 옷을 직접 만드는 행사로, 태초의 색으로 흰 옷에 직접 문양을 넣는 염색체험 행사이다.
이날, 주지 토진 스님은 인사말에서 “도심 사찰인 조계사는 앞으로 3년제 염색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다. 가정마다 의류가 많은데 버리면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친다. 새 의류만 구입하기보다, 헌 옷에 자신들이 직접 염색해서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스님은 자연 염색으로 제작된 의상을 입은 3명의 모델을 소개하며, 이 옷을 입어야 연등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이어 퍼포먼스의 시간, 대형 스크린 화폭에 동양화 기법을 사용한 김묵원 작가의 난초(蘭草) 드로잉 공연이 펼쳐졌다. 태평소와 대북연주, 음악과 무용이 결합하는 동안, 묵시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 완성되어 대웅전 뜰에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11시 30분, 소임자들에게 개인이 직접 염색할 수 있도록 고무장갑, 비옷이 지급되었다. 셔츠에 무늬를 넣을 곳을 정해 고무줄로 묶은 후, 소임본부, 교육본부, 전법본부, 지역본부별로 임원진들이 줄을 서서 염색을 시작했다.
마당 옆에는 임시 설치된 2개의 드럼에서 꼭두서니과 잎(겨자색)이 삶아지고, 2개의 드럼통에는 물이 끓고 있었다.
▲ 쪽빛의 염색물을 준비하고 있는 김나혜(무애성) 강사
김나혜(무애성) 강사는 대중을 향해 "대형 그릇에 온수와 명반을 희석해 놓고, 배당된 흰색의 티셔츠를 담가 10분 정도 조물조물 고루 주물러 물 끼를 제거시켜라. 그리고 겨자색과 쪽색으로 구분된 염색 통에 넣어 10분 이내에 골고루 물이 들도록 주물러야 한다."고 강조하며, "염색된 셔츠는 빠른 속도로 옷걸이에 걸어 건조 시켜라. 다시 중성 세제에 담갔다가 헹군 후 말려야 탈색이 적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등 밑 회화나무 그늘 아래 스님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마당 한구석에서 연등을 제작하는 신도들과 염색체험 학습생들도 태초의 소리와 어우러졌다.
조계사 종무실장은 문화회장 오인석(삼보화) 불자가 대중에게 점심공양을 보시한다고 마이크를 통해 발표하여, 오늘 하루를 보듬었다.
불기2556(2012)년 5월 4일 오전 10시 40분부터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펼쳐질 이 행사에 힘을 보탠 불자는 염색반 김나혜(무애성)강사, 대북연주 타악궤범에 설호종, 태평소에 임수아이다. 염색 축제는 5월 6일까지 3일간 계속 된다.
* 조계사 천연염색축제 '물듦' 관련 사진
▲ 마당 한쪽에서 불자들이 염색한 옷을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