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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이 무너진다.” 이런?

  • 입력 2012.05.09
  • 수정 2024.11.21

대웅전 장엄등 만들기

▲ 서서히 위용을 드러낸 대웅전 법당 장엄등

▲ 서서히 위용을 드러낸 대웅전 법당 장엄등

“법당이 무너진다. 법당이 무너져!” 무언(無言)의 설법(說法)으로 유명한 중국의 유엄(惟儼) 선사가 참선 도중 벌떡 일어나며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주위의 스님들이 허둥대며 법당 기둥을 끌어안기도 하고 버팀목을 찾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오히려 유엄 선사는 한참을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 사람들아, 그런 말이 아니야.”하고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리다 갑자기 뚝 그치더니 숨을 거두었다.

무엇인가? 이런 뜻을 무지한 인사야 알 턱이 없지만, 법당이란 데가 부처님을 모신 곳이 아닌가, 내 안이 부처로 꽉 차있으면 바로 거기가 법당. 부처님으로 매일 차고 넘치니 당연히 법당 또한 무너질 수밖에...

법당이 무너질 일들이 지금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에 마련된 연등공방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대웅전 법당에 장엄될 큰 등들이 제작되어 색감이 입혀지며 서서히 그 위용을 들어내고 있는 현장.

▲ 예불 드리듯, 붓질삼매로 작업에 몰두하는 장엄등 봉사자들

 

지난 7일 오후 두 시, 기자가 방문한 공방은 숨소리조차 침묵하는 고요 속에 사그락 삭삭 붓질삼매(三昧)의 미성(美聲)만이 공방을 에워싸고 가끔,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훔치며 행여 붓 잡은 손이 선을 이탈할까, 노심초사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을 묻혀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 같은 용왕(龍王)의, 연꽃의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 예불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벌써, 십여 년째 장엄등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은주(35세) 선생은 지역법회, 불교대학 소속 불자들 중 그림에 관심과 소질이 있거나 색감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 등, 특출한 분들이 알음알음 솔선하여 매일 이삼십 명씩 참여하시는데 그 열기가 매우 높아 올 봉축기간은 환희로 신명이 나고,

수준 높은 장엄등이 완성되어가는 모습에서 스스로도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 밑그림을 도안하고 있는 조은주 선생

희미한 연필 밑 림이 끝난 미지의 세계, 한지 안 경계에서 미동도 않던 연꽃들이 피어나고 파도가 일렁이는 푸른 바다 망망대해, 꿈틀대던 용들이 봉축으로 비상(飛翔)을 한다.붓질삼매 정진은 계속되고_ 정적을 깨는 무례가 죄송해서 슬며시 자리를 뜬다.

작업에든 불자들은 시방 행복하리, 사랑으로 존경으로 흠모와 경배의 염(念) 안에서 이윽고 명상에 들고 일쑤 무심(無心)을 만나 마음 밭 법당 안에 기여코 부처를 모실 수 있으리.

▲ 회화나무 마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행렬등 만들기마당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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