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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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법계에 온 생명 행복하길”
1000일 정진결사기도 현장
▲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생명평화 천일 정진단
가부좌 위의 가지런히 모은 두 손과 미소 짓는 입술 뒤로 버스와 택시, 승용차가 끝없이 정체되어있다. ○○○번 버스기사는 오랜 시간 지체된 출발에 짜증 섞인 말과 함께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봄기운이 만연한 5월 18일 오후, 뒤늦게 찾아온 계절의 변화를 보상하기라도 하듯 더운 날씨는 조계사 내 인부들의 두꺼운 웃옷을 벗기고 회화나무로부터 짙은 그림자를 뽑아냈다.
일주문 옆, 경내에서 살짝 비켜나와 성(聖)의 세계로부터 세속을 연결해주는 듯한 애매한 위치에 조그만 법당이 있다. 성(聖)의 세계로 통하는 간이 정거장과 같은 그곳에는 두 명의 여인이 기도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명이 들어가 앉기에도 비좁은 법당은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정토세계로부터 속계(俗界)에 보내진 우주선과 같고 그 안에는 그로부터 파견된 두 명의 수행자가 있다. 향은 피워져 있지 않지만 법(法)으로 향기가 가득하다.
오늘 처음 정진을 위해 법당을 찾은 신안자(법광명, 조계사 봉사자)씨는 “온 우주 법계에 모든 생명이 행복하길 기도합니다.”라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20년 전 불교를 만나 참선수행에 꾸준히 매진해왔다는 신안자 씨는 “오랜 시간 동안 가톨릭 신자였지만 결혼 후 시어머니에 의해 처음 불교를 만나게 되었죠. 하지만 1000일 정진은 불교인만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모든 종교인들이 정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18일 오후12시부터 2시까지의 기도를 시작으로 1000일정진에 계속 동참할 계획이다. “처음 왔는데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잊고 있던 마음의 행복이 바로 이곳에 있었어요.”라며 참여소감을 밝히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불교가 자신의 내면에 혁명과 같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고 답하는 그녀의 말에는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신심(信心)이 있다.
1000일 정진은 2012년 3월 28일부터 2014년 12월 22일까지 릴레이 기도 방식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생명평화를 발원하는 사부대중, 일반시민, 이웃 종교인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신순회 결사본부 주임은 “자성과 쇄신이라는 결의에 맞게 불교 내부에선 대중공사를, 외부로는 모든 생명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자는 의미에서 1000일 정진결사가 시작되었다.”라며 결사배경을 밝혔다. 이어 “모든 종교인들이 동참하기에 ‘1000일 정진기도’라는 종교적 표현보다는 ‘1000일 정진결사’가 적합한 표현이다”라고 강조하며 결사취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결사본부는 1000일 정진 외에도 사회 소외계층과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실천적 과제로 매월 1회 장애인, 노숙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소외계층 500여 명을 조계사로 초청해 ‘시민 초청 무차대회’ 를 열 계획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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