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동네 조계사 부천시 지회장 고재경(대덕수)
불교 공부가 가장 행복한 사람
“처음 조계사 일주문에 들어서던 날을 지금도 기억해요. 참 편안했어요. 법당 부처님을 비롯해서 절 마당까지, 아주 익숙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어요.”
어머니 영향으로 일찍부터 타종교 신도가 되었고, 그 교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유일신을 믿었던 대덕수 고재경(57) 부천시 지회장. 하지만 왠지 그 종교가 고 지회장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교리를 배우고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해도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고 지루했다. 그때는 그 이유를 몰랐다. 다만 신앙심이 부족해서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손짓으로 불러준 부처님
그런 고 지회장이 스스로 조계사를 찾은 건 8년 전 봄이었다. 불자인 시어머니가 절에 가자고 할 때마다 “쉰 살쯤 되면 갈게요”라며 미뤄왔는데, 시절인연이 익었던지 딱 그 나이에 조계사 일주문을 들어선 것이다.
“남편이 막 사업을 시작했을 때인데 매우 고전하고 있었어요.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당신한테 오라는 듯 손짓을 하셨어요. 이상할 정도로 생생해서 친구에게 말했더니 절에 다니라고 하더군요.”
친정 식구들과 다른 종교를 믿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망설이던 중에 또 다른 꿈을 꾸었다. 계단 양쪽에 줄지어 있는 돌부처들이 죄다 돌아앉아 있었다. 나중에야 그곳이 설악산 봉정암 탑전 계단인 걸 알았다.
어릴 때 인천 고향집 맞은 편 절 마당에서 놀던 게 불교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던 터여서 친정 어머니에게 상의했더니, 사실은 의사였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독실한 불자였고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당신도 불자였다며, “네 인연인가 보다”라고 말리지 않으셨다.
조계사 신도가 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서부터 매일 관세음 기도를 올렸고, 기본교육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대학원에서 재밌고 신나게 불교 공부에 빠져들었다.
전의 종교와 달리, 교리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펼쳐든 금강경이 쏙쏙 머리에 들어왔고 그 긴 경전이 술술 외워졌다. 절에 오가는 버스나 전철, 심지어 여행 가는 비행기에서도 기도하는 그의 손에는 염주가 들려 있었다. 봇물 터진 초발심이 하루 24시간, 꿈에서까지 그를 빠져들게 했으나 다행히 정법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터라 끄달리지 않을 수 있었다. 4년간 그렇게 불교 공부에 흠뻑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포교사 시험 준비로 밤 새워 불교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고재경 지회장. ‘우리동네 조계사’ 부천시 지회모임이 결성된다는 소식은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시작이었다.
신도들 요구로 출발한 부천시 지회모임
현재 사중에 등록된 부천시 신도는 200여 명. 작년 가을, 서울지역 지회모임이 결성되어 이곳저곳에서 모임을 갖자 “부천지역은 왜 안 만들어 주느냐”는 항의성 요구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런 열성 회원들 덕분에 부천시 지회가 경기지역에서 첫 번째로 탄생, 얼마 전 여덟 번째 모임을 가졌다.
그런데 부천시 지회 결성 소식을 제일 크게 반긴 사람은 다름 아닌 고재경 지회장의 남편이다. 불자로서 평소에 불교의 미흡한 조직력을 안타깝게 생각해온 남편은 아내의 등을 떠밀면서 “꼭 필요한 일이니 빠지지 말고 나가라”고 적극 권했다. 지회장이 된 걸 가장 반가워하고 지원을 약속한 사람도 남편이다.
“엊그제 원미경찰서 법당에서 7월 모임을 가졌는데 35명이 참석해서 비좁았어요. 그간 주로 식당에서 모였는데 아무래도 시끄럽고 불편하죠. 첫 과제는 모임 장소예요. 하지만 어디서든 모이면 반갑고 좋아요. 노보살님들은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꼭 참석하세요.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도 서로 조계사 신도인 줄 모르고 지내다가 만나서 얼마나 반가워들 하는지. 그게 지회 모임의 의미이죠.”
회원들의 경조사 챙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 지회장은 특히 노보살님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노보살님들도 그런 고 지회장을 무척 이뻐(?)한다. 서로 아끼고 챙겨주는 이런 마음 덕분에 올해 부처님 오신 날 ‘연등 모연’에서 전체 지회 가운데 3등을 차지했다. 그 상금(150만 원)으로 오는 8월 6일, 봉암사 대중공양을 가기로 했는데 신청자가 넘쳐 애를 먹고 있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발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고 지회장은 남편은 물론 친구들도 눈치 챌 만큼 불교로 인해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요즘 그의 기쁨이 하나 더 늘었다. 언제부턴가 남편이 거실 불단 앞에서 기도를 시작한 것이다. 기도는 절에서만 하라던 남편이기에 더욱 놀랄 일이다. 부처님을 만나 달라진 아내의 모습이 불러온 변화였다.
‘부처님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다음부터 기도할 때 내던 욕심이 사라졌다는 고 지회장과 그런 그를 아끼고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지회 임원들이 있어 부천시 지회모임은 늘 화기애애하다.
▲ 우리동네 조계사 부천시 지회장 고재경(대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