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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지회장 지윤숙(현혜행)

  • 입력 2012.08.28
  • 수정 2024.11.21

조계사의 새로운 100년 ‘우리동네 조계사’가 이끈다

▲ 용인시 지회장 지윤숙(현혜행)


“불교 너무 늦게 만나 마음이 급해요”
‘제상비상(諸相非相)’의 충격과 환희
현혜행 지윤숙(61) 용인시 지회장이 불교를 만난 건 몸과 마음이 한창 피어나야 할 고등학교 3학년생 딸이 병명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던 1998년이다. 연체동물처럼 약해져 가는 딸을 데리고 잘 고친다는 병원을 샅샅이 다녔지만 낫기는커녕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그때 한 스님이 지윤숙 지회장에게 “물방울만 튀겨도 알아들을 만큼 불교 인연이 깊다”라며 기도를 권했다. 당시 믿는 종교가 없었고, 자식과 관련된 일이어서 앞뒤 잴 겨를이 없었다.
“딱 3년간 하루도 안 빠지고 다니던 교회를 ‘이게 아니구나’ 싶어 발을 끊은 뒤였어요. 뭐든 하면 푹 빠지는 성격이라 성경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아무리 파고들어도 풀리지 않는 게 있더군요.”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고자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불교 경전은 달랐다. 한두 번만 듣고도 지혜의 문이 열린 듯 곧바로 이해가 되었다. 무심히 읽던 《금강경》에서 ‘약견 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 諸相非相 卽見如來)’의 ‘제상비상’이란 구절을 보고는 눈앞이 환해졌다. ‘모든 상이 상이 아니다.’ 아, 이거였구나! 충격이고 환희였다.
여자로서 대학까지 마치고 부족함 없이 다 누린, 선택받았다고 생각한 자신의 삶이 다 ‘허망’하다는 걸 깨달았다. 45년의 세월, 그때까지의 의문들이 스스로 풀리고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토록 아등바등 움켜쥐려 했던 것들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더없이 편안했다. 수십 년 가라앉았던 상처와 미움과 번뇌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더니 눈 녹듯 사라졌다.

가장 편안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지회 모임’
상조회에 들어가 2년 시다림을 하는 동안 딸은 건강을 되찾았다. 하루 3시간을 넘지 않을 만큼 잠도 아껴가며 다시 2년간 선지식을 찾아다녔다. 이 좋은 법을 너무 늦게 만났으니 빨리 공부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한 해에 23개 사찰을 다니면서 초발심을 다진 지윤숙 지회장은 얼마 전부터 간화선에 입문, 자율선원에서 ‘이 뭣고’를 화두로 잡고 있다.
도고마성(道高魔性, 수행이 깊어지면 장애가 많다)이라 했던가. 한창 수행의 물이 무렵, 아들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40일간 중환자실의 아들을 지켜보며 생사를 초월한 기도에 들어갔다. ‘죽으면 어쩌지?’ 하고 올라오는 순간의 생각을 기도로 이겨냈다. 광명이 온 천지에 가득 차면서 ‘절대 죽지도 장애자가 되지도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2년 이상 입원 치료해야 한다던 아들이 넉 달 만에 퇴원하자 병원에서는 아들을 ‘기적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작년에 제가 예순 살이었는데, 비로소 제 인생이 정리되고 제자리에 선 느낌이었어요. 한 바퀴 돌고 돌아와서 분별심 없이 그 자리에 다시 선 느낌. 이제부터 회향하면서 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사중에서 지역모임을 만들었고, 올 1월 용인시 지회 첫 모임에서 그에게 지회장을 맡겼다. ‘마음공부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보다 ‘이것도 수행이다’라는 후자를 택했다.
“어제 임원들 열 명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들 ‘임원 안 했으면 어찌할 뻔했을까’ 하면서 웃었어요. 오랜 지기처럼 안 만나면 궁금하고 보고 싶대요. 한 임원은 몸이 안 좋아 의사가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된다고 하자 남편이 ‘용인지회 임원들만 만나라’고 했답니다. 지회 모임 취지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 서로 외로움 달래주고 조계사 신도라는 자긍심으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그거면 되는 거죠.”

‘공부하는 사찰’의 ‘지혜로운 불자들’
용인시 지회 총 회원 4백 명 중에 모임에 참가하는 연인원이 80여 명. 한 회 참석 인원이 30여 명인데, 신도시의 특성상 서울지역에서 이사 온 어르신들이 많아 신심이 깊고, 젊은 회원들은 ‘큰절 조계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어르신들은 신도회 임원을 비롯해서 다른 모임의 수장 출신이 적지 않은데, 전혀 상을 내지 않고 말없이 자리를 채워줌으로써 젊은이들의 귀감이 된다. 특히 불교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분들이 많아 ‘신도들이 공부해서 똑똑해져야 불교가 발전한다’는 지윤숙 지회장의 자부심에 날개가 달린다.
“나한테 안 속는 공부가 제일 큰 공부”라는 지윤숙 용인시 지회장. 밝은 스승 만나고, 좋은 도반들과 남을 도우면서 살고 싶다는 그는 요즘 ‘불교를 만난 게 가장 큰 복’임을 더욱 절절히 느끼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불법 안에 있음을, 날마다 새롭게 깨닫고 또 깨닫는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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