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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지회장 박경자(혜안심)

  • 입력 2012.08.28
  • 수정 2024.11.20

조계사의 새로운 100년 ‘우리동네 조계사’가 이끈다

▲ 성동구 지회장 박경자(혜안심)
지회 활성화의 사명을 띠고
“얼마 전만 해도 사중 어디를 가도 제가 막내였는데, 점점 후배들이 늘고 언니들은 줄어들어요. 막내일 때가 좋았는데…. 나이를 먹는 건 책임질 일이 늘어나는 것인데, 당연히 안 반갑지요.”(웃음)
괜한 엄살을 부리지만 절 집안에서 혜안심 박경자(52) 성동구 지회장은 젊은 축에 든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도 그렇지만, 무슨 일이든 성심껏 책임감 있게 해내는 열성과 밝은 성격이 주변 사람들에게 유쾌한 활력소가 된다.
대웅전관리팀 소속으로 8년째 봉사하고 있는 그이는 아직도 “동생, 동생!” 부르는 언니들이 있어 조계사가 친정집처럼 편하고 아늑하단다. 조계사 신도들 가운데서 아마 자기 집이 가장 멀 것이라는 박 지회장의 집은 부산이다. 성동구는 바둑 프로기사인 아들(유재호, 25세, 킥스 소속)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올라와 사는 곳이고, 부산 집에는 남편과 딸이 산다. 그러니 부산과 서울, 조계사를 오가며 사는 셈이다.
인상 좋은 ‘언니들’에게 이끌려
2004년 출가재일 바로 전날, 그이는 처음 조계사를 찾아와 종무소에서 인등을 접수했다. 종무원은 신도가 되고 싶다고 하자 축원을 올리라며, 출가재일 1주일 기도를 권했다.
“그때 아들 시합이 있어서 법당에서 108배를 하고 뒤쪽으로 돌아가는데, 한 보살님이 ‘봉사 좀 하세요?’ 하고 말을 걸더군요. 처음 왔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제 손을 꼭 잡고 안 놔주더니 청향법등 사무실로 절 데려갔는데, 인상 좋은 언니들이 쭉 앉아서 저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그 ‘좋은 인상’에 넘어가 서울에 있을 때만 봉사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 말고는 아는 이가 별로 없는 낯선 서울에서 조계사가 박경자 지회장의 삶에 들어왔다. 아마 그 인연이 아니었으면 조계사 신도가 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서울이 타향인 그로서는 함께 봉사하는 ‘언니’ 보살들이 친정언니이면서 부산에 있어서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 대신이기도 했다. 그때 그 언니 보살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제 다른 신도들에게 되돌려주면서 박 지회장 역시 새로운 봉사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넉넉한 선배가 되어가고 있다.

각 지회는 ‘한국불교 1번지’의 지킴이
막내였던 그는 어느새 당시 청향법등(현 대웅전관리팀)의 든든한 일꾼으로 교무와 재무를 거쳐 총무 책임을 맡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던지 스님이 작년 10월 성동구 지회 첫 모임이 있던 날, 그이를 지회장으로 추천했다.
“불교가 발전하려면 지회 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스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고 맡았는데, 12명의 임원들과 회원들 덕분에 참 따뜻한 모임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무릎을 수술하고 아픈 다리로 참석한 70대 어르신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시고, 집안에 좋은 일 있다며 점심 값을 보시하거나 떡 보시하는 분도 적지 않아요.”
신도회 임원인 한 회원은 창립 지원금 50만 원을 선뜻 내서 박 지회장을 감동시켰다. 모두들 ‘한국불교 1번지’ 신도라는 소속감과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깊어서, 조계사 갈 시간이 없으면 기도비나 방생비를 대신 접수해달라고 맡기는 신도들도 적지 않다.
조금 걱정되는 건 고정된 모임 장소가 없다는 점과 참석자가 생각처럼 빨리 늘지 않는다는 것. 성동구청을 두 번씩이나 찾아가 부탁하고 청소년수련관에서 사용료를 내고 모임을 가져봤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달 모임은 성동경찰서 경승실에서 가졌는데, 좁긴 해도 좋아하는 회원들이 많아 당분간 그곳을 사용할 생각이다.

봉사하려는 마음 생기게 해주는 것도 할 일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처럼 봉사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박경자 지회장은 늘 지혜롭고 밝은 불자들이 많이 나오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몇 년 째 합격발원 기도에 동참하는 그는 “애가 대체 몇 명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렵게 프로에 입단한 아들의 바둑 시합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있어 합격발원 기도는 그에게 일상이 되었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아내와 떨어져 살아서 불편할 법도 한데 오히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느라 고생한다며 위로해주는 남편이 있고, 덕분에 도량에서 맘껏 봉사하면서 아들의 세계타이틀 획득을 기도할 수도 있는 지금의 삶이 그에게는 더 없는 부처님 가피가 아닐 수 없다.
작은 소리로 응원을 보낸다. 부산 보살 사바하! 유재호 기사 파이팅!

▲ 성동구 지회장 박경자(혜안심)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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