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의 무덥고 거친 폭풍우는 더 이상 머물지 않았다.
“탁, 탁, 달그락, 탁” 정적을 깨는 목탁소리만 새벽 공기를 가르고
4,300여 명의 발자국이 스쳐 간 경내바닥은 가르마의 골처럼
빗질되어 조붓, 말쑥하고 가끔, 회주 스님의 헛기침이 석등에 창을 흔들었다.
이제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안거(安居)의 시간은 예서 멈춰져야 한다.
비 그친 노고단 자락을 농무가 넘고 있다. 그 속에 어머니의 얼굴이
명경처럼 또렷하다. 회화나무 아래를 서성이시다 아기동자 부처님께
아들 안녕을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 얼마만 인가, 전화를 올렸다.
“아범! 어떻게 밥은 챙겨 드시고 다니시는 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 너무 느렸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2012.9.5 화엄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