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북구 지회장 이미순(관조행)
불심의 고장 강북구에 정예 불자들이 나가신다!
서울 강북구는 ‘불당골(佛堂谷)’을 비롯하여, ‘미아동’이 거기서 유래되었다는 ‘미아사’라는 절 등, 예부터 산이 깊고 절이 아주 많은 불심(佛心)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도선사, 화계사, 보광사 등 6개의 전통사찰이 주변 지역의 불자들은 물론 멀리 사는 불자들까지 부처님 지혜와 정진의 도량으로 이끌고 있다.
강북구에 사찰이 많은 만큼 조계사 신도 수는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다. 강북구 지회장을 맡고부터 지금까지, 그래서 관조행 이미순(48) 강북구 지회장의 고민은 깊다. 경남 하동 쌍계사 아랫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이 지회장은 어릴 때 절에 다닌 기억이 별로 없다. 혼인하고 남편 직장을 따라 서울 강북구에 정착했는데, 정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쯤 되었을 때, 이 지회장은 갑자기 절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옆집 아주머니를 따라 동네 작은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처님을 만났는데, 이 지회장 말을 빌리면 “아무것도 모르고, 가르쳐주는 이도 없이 마냥 기도만 하며” 다녔다. 절에 간 첫날, 한 스님이 이 지회장을 보고 “보살은 평생이 따뜻한 봄날일세.”라고 말한 거 외에는….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부처님 법이 뭔지도 몰랐다. 다만 음력 초하룻날 법회에 나가 열심히 천수경을 따라 읽고, 기도를 했다. 어느 날 제대로 알고 믿어야겠다는 생각에 카세트 테이프와 불자수첩을 샀다. 하루 종일 집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틀었더니, 딸과 아들이 “절간 같다”면서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다.
가피는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5~6년 전쯤 혼자 조계사를 찾아와 기초교리 강좌를 들었다. 왜 집에서 조계사까지 와서 강의만 들었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하는 일이 바빠 같은 59기 중에도 도반을 만들 겨를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조계사를 드나들 때마다 가슴이 뛰고 뭉클했다. 여전히 기도는 동네 절에서 했다.
아들이 고3이 되어 대학 합격발원 기도를 올렸다.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꼭 이뤄지리라 믿고,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기도도 하고 입시기도에도 동참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큰 배신감을 느꼈다.
“뭘 모를 때여서, 부처님이 안 계신다고 생각하고 원망했어요. 헛고생을 했구나 하고…. 다행히 아들이 마음을 잡아서 저랑 같이 남해 용문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고, 1천 배도 함께 했어요. 아무 불평 없이 저를 따라하더군요. 제가 그동안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생각했죠.”
작년에는 봉정사도 같이 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신심이라는 것, 가피라는 건 한순간에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적금 붓듯 오래오래 닦아야 신심이 쌓이고 기도가 일념을 이뤄 어느 날 가피를 입는다는 걸….
집에서 할 수 있는 기도를 찾다가 법화경 사경을 시작했다. 대학생인 딸도 따라 썼는데, 두 번을 썼으니 15권을 사경한 셈이다.
그런데 법화경 사경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 사경할 글씨들이 크게 콩알처럼 튀어나오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런 걸 경계하라고 배우긴 했지만, 어쨌든 자신이 집중해서 사경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대견했다. 자신이 변하니까 가족들도 달라졌다. 성격이 급했던 그에게 가끔 아이들이 “엄마 진짜 많이 달라졌다”라고 말한다.
“나는 부처님 믿고 가족은 나를 믿고”
조계사 법당에 들어간 첫날, 당시 청향법등 선배들이 봉사 좀 하라며 그이 소매를 끌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얼마나 많이 지었기에 저분들이 봉사하라고 날 잡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다. 어쨌든 그런 인연으로 대웅전관리팀 봉사자가 되었고, 스스로 봉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강북지회 지회장을 맡고 강북구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면서 상대방의 반응과 말투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평소 자신이 그런 전화를 어떻게 받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이가 강북지회 지회장을 맡았다고 하자 남편이 찬성은 하면서도, 걱정스러워했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조직이잖아요. 각 가정이 행복하면 이 사회가 평안할 거라고 믿어요. 제 바람도 물론 저희 가정의 행복이죠. 그래서 저는 부처님을 믿는데 가족은 저를 믿어요. 하하!(웃음)”
이 사회 행복의 뿌리가 가정이듯, 조계사의 뿌리도 각 지회라는 게 이미순 지회장의 생각이다. 비록 회원 수는 많지 않지만, 인원이 적어서 더 알토랑 같이 똘똘 뭉치고 정도 넘친다. 특히 애경사가 있을 때 전처럼 외롭지 않아서 좋단다.
끝으로 부처님을 못 만났으면 삶이 어땠을지 물었다.
“인연법을 모르니 정말 마음이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젊은데 직장을 안 다니니 친척들이 제게 자꾸 도움을 청해요. 바쁘니까 짜증날 때가 많죠. 그런데 ‘아, 저 사람이 나와 무슨 인연으로 내게 이리 부탁하는가?’를 깊이 생각하면, 짜증은 잠시일 뿐 미움은 안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