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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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에 희망에 씨앗을 심는 ‘쪽방도우미봉사회’
인천지회장 박부득(정일화) 인터뷰
▲ 쪽방촌 주민이 쪽방도우미에게 보낸 편지
‘쪽방도우미봉사회’는 처음에 한 가구 당 3만원씩 현금을 전했다. 쪽방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그런데 현금을 받은 이들 대부분이 그 돈으로 술을 사 먹었다. 희망을 전하고자 시작한 일인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정일화 지회장은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고되게 살아가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현금을 전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정일화 지회장은 어떻게 하면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쌀을 배달했다. 그런데 이들은 쌀도 다시 술로 바꾸어 먹었다.
이렇게 해서는 명목상의 봉사일 뿐 이들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일화 지회장은 쪽방촌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살림살이를 확인했다. 그리고 냄비는커녕 밥그릇과 수저조차 갖추지 못한 집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모습을 보면서 정일화 지회장은 이들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진정한 의미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던 쪽방촌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저 봉사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이미 오래 전에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돈이나 쌀로 후원을 받으면 술로 바꿔 먹으며 당장의 시름을 잊고자 했던 것이다.
쪽방촌을 다녀온 정일화 지회장은 이대로는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드리겠다는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천막을 치고 배식을 시작했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막배식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이 이른바 사랑의 도시락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만든 반찬과 쌀을 집집마다 직접 배달한다. 진심이 담긴 마음은 통한다고 했던가. 사랑의 도시락 배달이 계속되자 쪽방촌 사람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하는 도시락 속에는 일주일 후 다시 만나자는 희망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봉사회가 다녀간 후, 쪽방촌 사람들은 이들은 전해준 쌀과 반찬을 먹으며 다음 일주일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부처님의 가피를 느끼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끊임없이 주고 또 주어도 여전히 부족하기만 한 상황에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봉사란 자칫 잘못하면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 ‘쪽방도우미봉사회’가 쪽방촌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 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물음에 쪽방촌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정일화 지회장 말에는 그동안 봉사를 하면서 느낀 보람과 어려움이 모두 담겨 있다.
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봉사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봉사자들간의 갈등이 있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정일화 지회장과 봉사자들의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 미소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두 인연인 것 같아요. 이곳 봉사회 회원들 중에는 처음에는 종교가 없었지만 봉사하면서 절로 불자들이 되었고 모두 조계사 기초과정을 이수했어요. 그러다 보니 모두 한마음으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일화 지회장은 이어서 말했다.
“처음에는 재정적 어려움이 정말 많았는데 정말 신기한 것은 일정한 후원자가 없는데도 쌀 걱정을 하면 어디선가 쌀이 오고 봉사자들이 빠져나가도 다른 봉사자가 나타나 메꾸어 주는 거예요. 이렇듯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기에 힘은 들지만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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