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가지씩 부처님 일 할 수 있기를!
조계사 신도회관의 결혼상담실. 마침 오늘의 주인공이 봉사하는 날이어서 상담실에서 그이를 만났다. 보경화 김옥자(56) 도봉구 지회장.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김 지회장에게서는 노련한 전문 상담가 냄새가 폴폴 풍겼다. 장소가 장소니만큼 괜스레 위축될까 싶어 애써 단전에 힘을 모으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정부, 동두천, 양주 지역에서도 참석
도봉구 지회에는 서울시 도봉구를 비롯해서 경기도의 의정부, 동두천, 양주 지역도 들어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 참석하는 회원이 많지는 않아도 모임 장소를 잡을 때 마땅히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지회장은 좋은 장소를 찾느라 꼬박 1주일간 발품을 팔고 다녔으나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결국 경기도 쪽에서도 오기 쉽고 도봉구에서도 교통이 편한 도봉산역 부근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다행히 독립된 방이 있고 주인의 자상한 배려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고 한다.
도봉구 지회 역시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을 참석하게 할까 하는 고민만은 다른 지회와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하다.
“20~30명 정도 모이는데, 대부분 보살님들이고 거사님들은 3~4명 참석하세요. 인원이 적은 건 아쉽지만 반면에 가족적인 분위기로 더 친해진다는 장점도 있어요. 현재 총무, 재무, 교무에다 동장 넷, 저까지 8명의 임원이 마음도 잘 맞고 협조가 잘 되어 화기애애합니다.”
무엇보다 스님의 축원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본 회원은 그 고마움 때문에 참석율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지회장들은 신심은 기본이고, 뛰어난 지도력과 사중의 두터운 신뢰에 힘입어 다른 직책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지회장도 도봉구 지회장과 상담실 봉사를 겸하고 있는데, 한곳에 몰두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이다.
“상담실 내규에는 겸직을 못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스님들이 지회 일로 너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더는 사양할 수가 없더라고요. 보람은 크지만 도봉구 식구들한테 괜히 미안할 때가 있어요.”
부처님 일, 하루에 한 가지씩은 꼭 하겠다
김 지회장은 2005년 조계사에서 불교상담교육(7기)을 받고 곧바로 총무원 민원실(1기)과 조계사 신행상담실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어느덧 상담실 봉사 8년째, 작년부터는 결혼상담실 전담 상담자로 일하고 있다.
“다른 사찰에서 기초 교리와 경전, 불교대학 강의는 들었는데, 좀더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조계사에 온 거예요. 그러다 보니 상담교사 교육도 받고 상담 봉사 일을 하게 된 겁니다. 조계사 마당에 들어설 때마다 습관처럼 ‘여기 나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해요. 법당도 그렇고 앞마당도 그렇고, 우리 집이란 생각 때문인지 마음이 아주 편안해져요.”
사실 상담자로 봉사하고 있지만 봉사하면서 자기 스스로 더 많이 치유된다고 한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김 지회장은 늘 “매일 한 가지씩 부처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김 지회장의 기도하는 버릇은 친정어머니를 그대로 닮았다. 어머니는 부처님을 집안에 모시고 아침마다 축원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 어머니의 공덕이 오늘의 김 지회장을 있게 했으니, 참으로 인과란 부모 자식 사이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모양이다.
기도를 하다 보면 욕심을 욕심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그러니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더불어 남을 배려하게 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또 하나,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반드시 잘 해결될 거라는, 부처님이 살펴주실 거라는 믿음도 있다. 오랜 신행생활에서 얻은 가피에 대한 그 나름의 경험에 의한 확신이다.
그의 하소연처럼 상담실 일과 지회 일을 같이 하는 게 힘들기만 할까? 그 질문에 그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답한다.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도움이 되는 면도 적지 않다는 대답이다.
“상담 경험이나 사중 돌아가는 형편을 알고 있으면 지회를 이끄는 데 많은 도움이 되죠. 회원들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사중에 대해 섭섭해 하거나 오해할 때 중간에서 잘 설명해서 마음을 풀어드릴 수 있어요. 절과 신도의 중간 역할이라고 할까요?”
지회장 임기가 두 달 정도 남은 지금, 감회가 궁금했다.
“조계사에서 지회는 정말 중요한 조직입니다. 프로그램 등 부족한 것들을 조금씩 채워 가며 운영하면 신도 결속은 물론, 신심도 깊어지고 조계사 신도라는 자긍심도 커져 불교 포교에도 큰 몫을 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회원들 애경사를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신심으로 늘 그 자리에서 조계사를 지켜낼 것 같은 김옥자 지회장. 김 지회장이 있어 오늘 조계사로 향하는 발길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