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천구 지회장 진종득(유정)
지역사회와 연대해야 불교의 힘 커져
진종득(72, 법명 유정) 양천구 지회장은 지난 8년간 초하루법회와 사중 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일주문 앞을 지켜왔다. 어린이청소년법회(전 선재법회) 가입 안내장과 즉석에서 만든 팝콘이나 솜사탕을 지나가는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늦둥이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한 일이다. 비록 어린이청소년법회 지원부 임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지만 “안 해본 사람은 그 행복을 모른다”라고 말할 만큼 기껍고 즐겁게 그 일을 해왔다.
지난 6월부터 그가 나눠주는 유인물이 한 장 더 늘었다. ‘우리동네 조계사’ 지역 모임 안내장이다. 새로 양천구 지회장을 맡으면서 그의 하루는 더욱 짧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올해 연임이 결정되면서 지역 모임에 대한 그의 사명감과 열의는 확고하고 뜨겁다.
지회장을 맡고 그는 가장 먼저 양천구청, 법원, 경찰서, 의회회관 등 관공서를 직접 찾아다녔다. 구청만도 다섯 번이나 찾아갔다. 그 결과 올 1월부터 양천구청 문화회관에서 모임을 갖기로 허락받았다.
“식당보다는 관공서 회의실이 훨씬 낫잖아요.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용건이 있어요. 지역사회에 불자들이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 파악하려고요. 일단 불자모임이 있는지, 회장이 누군지, 조계사 신도가 있는지 등을 알아내서 그들과 연대할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지역사회에서 포교는 물론 불교의 힘과 발언권을 키울 수 있지요.”
이미 양천구청과 경찰서는 파악했고, 의회, 법원, 동사무소 등의 불자 수와 간부, 기관장의 종교 성향 등도 알아볼 계획이다. 다각적으로 그들과 연대해서 양천구 불자들의 결합력을 키우는 것 또한 양천구 지회가 해야 할 일의 하나라는 것이다.
지회장을 맡은 지 7개월째인 그의 행보와 전략이 이처럼 치밀하고 당당한 것은 국가공무원으로 일한 그의 경험 덕분이다. 지회장 회의에서 관공서가 국민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걸 이해시키는 것도 진종득 지회장의 몫이다.
대웅전 들어가는 데 걸린 2년의 의미
그는 10년이 된 조계사 신도지만 대웅전에서 기도한 지는 8년쯤 되었다. 2년간 기초 교리와 금강경 등을 공부하면서 기도는 마당 탑전에서 했다. 대웅전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제의라고나 할까.
“대웅전이 얼마나 신성한 곳입니까? 그곳에서 기도하려면 그만한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죠. 2년간 기도하고 나서야 대웅전 들어갈 엄두가 나더군요.”
법당에서 방석이나 자리를 두고 다투는 불자들이 안타까운 건 이런 생각 때문이다. 앉아서 이기심만 쌓는 기도가 과연 진정한 기도인지, 스스로 묻고 답하기를 부탁한단다.
봉사는 신나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현재 양천구 지회 모임 참석자는 20~30명, 아직 동대표 등 임원진을 다 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번 다라니기도에 3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임기 6개월 만의 성과로는 실망스럽지 않다. 그리고 나름대로 회원 확보 방법도 터득했다.
그가 예상하는 올 연말 참석 인원은 100명. 매사에 긍정적인 그가 정한 목표이긴 하나 그간 보여준 뜨거운 열정과 치밀한 추진력을 보면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국제선센터와 법안정사 등 큰 절이 가까워 회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죠. 그래도 우리 조계사는 불교 포교 1번지 아닙니까? 이름에 걸맞는 자부심과 신심으로 노력하면 지역 불교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안거 방생 때 버스 3대분 회원을 동원했고, 동안거에는 4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진 지회장. 모임 장소를 빌려주겠다고 자진해서 전화를 걸어온 관공서가 있을 만큼 지회 모임을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있다.
원래 보수적인 성격의 그는 불교 공부를 하면서부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공무원 출신으로 봉사와는 거리가 멀듯 하나 일흔이 넘은 지금도 ‘봉사는 신나게,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봉사가 일상이 되었다.
다만 젊은 보살들이 불교 공부와 봉사에만 몰두하고 지역 모임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소홀히 하는 분위기에 대해 크게 아쉬워한다. 포교사들의 참석률이 낮은 것도 마찬가지란다. 지회 모임을 발전시켜야 할 이유가 ‘전법과 포교’에 있음을 기억하라는 당부가 아닐 수 없다.
경전 말씀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들어오면 따뜻해지더라는 진종득 지회장. 젊은 불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의 열정과 신심이 머지않아 양천구 불교계에 청량한 바람을 일으킬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