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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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시인, 김춘수
김춘수는 순수시로 유명하다고 한다. 역시나 시를 읽어봤을 때 어느 하나의 본질에 대해 쓰는 시가 많았다. 꽃이나 곤충이나 죽음, 늪, 길바닥 등 시의 제목에서부터도 본질에 대한 사유가 느껴졌다.
시집은 1부, 2부가 아니라 각자 이름을 달고 테마별로 나눠져 있다.
테마 ‘가을 저녁’에서는 시들이 그리움을 많이 담고 있다. 여기서 나는 ‘모른다고 한다’라는 시가 가장 그리움의 정서를 잘 보여준 것 같았다. 나의 그리운 마음은 아주 깊고 슬프고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감정인데, 산이나 물과 같은 이 세상의 자연들은 그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른 채 늘 맑고 푸르고 흐르고 있고 투명하다는 것을 표현한 시다. 어떤 일이 있건, 시간은 흐른다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자연은 흐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리움이 더 애절하게 묻어나온다.
‘꽃의 소묘’에서는 꽃이나 곤충 등의 본질에 대한 관찰이 보였다.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한 유명한 시 ‘꽃’에서는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는 일이 그 사람을 꽃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나는 굉장히 생생한 감이 느껴졌다. 꽃을 키울 때 물을 주고 관심과 애정을 주면 그 꽃이 비로소 활짝 피는 것처럼, 인간이 서로 애정을 표하고 관심을 표함으로서 비로소 꽃과 같이 인간으로서 피어난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서로에게 인심이 각박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요즘과 같은 개인주의 현대사회에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시 같다. 이제는 그저 ‘이상’이 되어버린 현대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소묘집’에서는 생생한 묘사가 보인다. 시인이 상상했던 장면들을 아주 생생하게 잘 옮겨놓았다. 그래서 눈에 잘 그려진다. 거북, 바위, 꽃 등 역시나 푸른 자연이 그려지는 소재들이었다. ‘개 두 마리’라는 시는 개의 싸움을 간결하게 그리는가 싶더니 금세 슬픈 이미지를 자아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샤갈의 마을이 가상의 마을인 것처럼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가 많았다. 상상력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환상적인 느낌을 갖는 상상력의 시들이었다. 환상의 공간을 만들거나, 환상 속 동물인 쥐라기를 넣는다거나 하는 방법들이 좋았다.
김춘수가 순수시인으로서 한 물체에 대해 사유하고 자신만의 뜻과 철학을 담아 시를 쓴 것이 몹시 좋았다. 우리가 시를 쓸 때, 주제에 대한 의식보다도 사유나 이해가 먼저 필요한 것 같았다. 김춘수 시를 보면서 김광규 시인이 떠올랐다. 나사와 같은 아주 작은 것에 대해 본질을 파악하고, 별거 아니거나 쓸모없는 것에 대해 깊이 사유한다. 그리고 시로 쓴다. 결국 물질 하나 하나에 이야기 없는 물질은 없다. 고작 아주 작은 나사 하나에도 우리네 삶이 들어 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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