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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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의료봉사 현장에서 펼치는 전법의 손길
조계사 신도단체 탐방② 전법본부 의료전법팀
▲ 환약을 확인하고 배분하는 의료전법팀의 손길이 분주하다
한의사불자연합회와 호흡 척척, 삼귀의로 봉사 시작
황 팀장은 새삼 의료봉사 첫날을 떠올리며 살짝 웃음을 머금는다.
“첫 봉사는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 2층 제2법당에서 시작했어요. 첫날이라 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다 그날 98명이나 오신 거예요. 1달간 한의사 선생님들께 교육도 받고 봉사자 교육도 받았는데도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다행히 봉사 경험이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무난히 해냈지요.”
의료봉사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으로 시작한다. 봉사자나 환자들 모두 마음을 모아 발원할 때 치유 효과가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의료봉사는 임시 진료실을 차리는 일이라 접수받기 1시간 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 무척 많다. 진료용 책상을 비롯해서 커튼, 환자용 매트리스(40여 개)를 배치하고, 수건, 베개, 알코올, 솜, 이름표 등과 접수대도 마련해야 한다.
처방에 따라 나눠주는 환약만 해도 곽정산, 내소산, 소요산, 오약순기산, 오적산, 지우산, 팔미환, 소경활혈탕, 감모환, 동의고 등 거의 작은 한약방 수준인데, 이 환약과 침, 한방파스 들은 모두 한의사불자연합회에서 그 비용을 감당한다. 매번 봉사 때마다 6~7명의 한의사들이 현장에서 무료로 침술을 베풀고 환약을 처방해준다.
이처럼 한방 의료봉사에는 한의사불자연합회(이하 한불연)의 헌신이 절대적이다. 2009년 8월 창립해서 전국에 8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한불연은 10여 년 전부터 조계사에서 무료 진료를 하고자 추진했으나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 주지 스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의료전법팀과 인연을 맺고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조계사 신도뿐만 아니라 종로 근방에 소문이 나 불자 장애인단체인 원심회 회원 등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 환자들에게 무료로 침술을 베푸는 한의사불자연합회
<약사법회 의료전법부> 월보로 팀원들과 소통
의료전법팀은 본디 약사법회(회장 황순희)에서 출발했으며 50대 연령층이 주를 이룬다. 40명의 팀원 가운데 26명이 한방 의료봉사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으며, 교사, 간호사 등 그 출신도 다양하다. 매번 봉사 때마다 16명씩 교대로 현장에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의료전법팀에서는 〈약사법회 의료전법부〉란 월 회보를 매달 300부씩, 통권 20호째 발간하고 있다. 소박하긴 하나 이 회보를 통해 한 달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회원 동정, 회비 입출금 내역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의료전법팀을 이끄는 임원으로는 황용자 총무와 내경숙 재무, 신옥자 교무, 이해옥 봉사부장이 황순희 초대팀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요즘은 새 팀원 확보에 힘을 쏟는 중이다.
의료전법팀 팀원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묻는 말에 황 팀장은 “첫째는 봉사정신이 강해야 하고, 둘째는 책임감이 있어서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 그리고 의료봉사에 관심이 있으면 대환영”이란다.
의료봉사를 시작한 지 서너 달 되면서부터 외부에서 의료봉사에 관한 문의가 오기 시작했는데, 의료봉사를 요청하는 곳도 있고 때로는 큰 병원에 불교 봉사자를 추천하는 공식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아직 외부 활동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당분간은 조계사 의료봉사에만 집중하겠다는 게 의료전법팀의 생각이다.
하지만 결국은 절 밖에 나가 불교와 조계사를 알리는 게 의료전법팀의 큰 목적이다. 출범한 지 얼마 안된 지금은 잠시 접어두고 있지만 대외 활동 또한 내부 활동 못지않게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황순희 팀장의 귀띔이다.
실천하는 삶, 남을 위한 봉사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진리를 되새겨보게 하는,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다.
*[잠깐 인터뷰 ] 의료전법팀 황순희 팀장
▲ 의료전법팀 팀장 황순희
봉사해서 행복해요
나이 밝히기를 쑥스러워할 만큼 아직도 소녀 같은 황순희 팀장에게 뜬금없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냐?”라고 물었다. 의료봉사 때 침을 맞은 환자가 방금 전까지 잘 움직이지 못하던 팔을 휘휘 돌리면서 다 나았다고 고마워할 때와 의료전법팀 봉사자들이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봉사할 때라고 한다. 그럴 때면 보람과 함께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단다. “왜 굳이 봉사를 하느냐?”라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행복하고 좋아서”라고 답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황 팀장은 불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머니 손에 이끌려 조계사와 봉은사를 다녔다. 시댁 또한 시할머니가 백일기도로 아들 삼 형제를 얻었을 만큼 평택 인근에서 소문난 불자 집안이다. 그이는 새댁 때는 초하룻날이면 시댁에 내려가 시어머니와 기도하러 절에 다녔고 지금도 제사 때마다 30여 명의 손님을 치러야 하는, 종갓집 맏며느리이기도 하다.
이웃집처럼 친숙하게 오가며 기도하던 조계사의 정식 신도가 된 건 8년 전쯤, 그리고 흙 속의 보석이 언제라도 눈에 띄듯 약사법회와 인연이 되어 지금은 약사법회 봉행팀과 의료전법팀 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스님이 하라시는 일은 곧 부처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는 남편의 격려에 용기를 내서 의료전법팀 일을 맡았다는 황 팀장.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편하게 일하는 자신을 잘 따라주는 팀 도반들과 최고의 의술과 정성으로 봉사하는 한의사불자연합회 회원들께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단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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