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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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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화반으로 오세요!

  • 입력 2013.07.21
  • 수정 2024.11.22

▲ 불화를 칠하고 있는 불자

 

“불보살을 그리는 것도 공덕이 되나요?”
그림을 좋아하고 미대를 나온 기자가 불화반 선생님께 처음으로 드린 질문이었다. 불화반 선생님께서 ‘사경하는 것도 크나큰 공덕을 짓는 것인데 아름다운 그림으로 불보살을 그리는 것은 얼마나 큰 공덕이 될까요?’하고 오히려 반문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난 12월 겨울, 불화반에 무작정 등록했다. 붓이며 벼루며 준비물이 꽤 들어 만만한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신장님을 그려주시는 선생님의 붓놀림에 감탄하고 있자, 선생님께서는 “멋진 선을 뽑아내려면 매일 30장을 그려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열심히 해야지’하는 마음과는 달리, 일주일 중 수요일이 다가와야 겨우 붓을 잡았다. 3달이 지나자 그림은 합쳐서 겨우 30장이 넘어있었다. 그래도 아침 시간 부지런을 떨어 나이 수만큼은 그렸고, 선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같이 등록하셨던 스님과 도반님들이 8~9명이었으나, 한 분기가 지나자 인원이 줄었다. 강사로 초빙되어 가신 분도 계셨고, 고향으로 내려가신 분도 계셨다. 취직하신 분들도 계셔서 수강생의 절반이 남았다.

3월 새 분기에는 여전히 초급반이었는데, 새로운 후배가 들어왔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와서 우리 기수는 선배님 자리로 올라갔다. 이렇게 한 분기씩 올라가서 중급반까지 2년이 걸린다는데, 그리 긴 시간이 아니구나 싶었다. 화관을 쓴 보살도를 먹으로 그린 뒤 색 작업에 들어갔다. 물감이며 판넬이며 만만치 않게 재료가 들어갔지만, 역시 이것도 공덕이 있어야 하겠구나 싶었다. 도반들이 모두 도와줘서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마음이 척척 맞아 지혜롭게 색 재료들을 구했다.

 

 

▲ 먹으로 약사여래를 그리는 불자들

 

6월 새 분기에는 총무가 되었다. 커피며 차며 준비할 것이 많았다. 신입생을 환영하기 위해 떡과 수박으로 파티도 했다. 한 작품이 끝난 전 기수 선배님들이 맛있는 빵을 돌려서 또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선생님과 도반님들을 보필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 불보살을 그려서 그런지 다들 보살 마음·부처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할 수 있어 감사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화관을 쓴 보살도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보살도가 끝나면 관음도를 그린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르는 게 많아서 어떻게 하나 막막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하다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더욱 열심히 해서 중급, 고급반으로 올라갈 때까지 2~3년을 더 정진해야겠다. 언젠가는 불화 전시회도 할 수 있겠지?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

 

▲ 불화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불자들

 

불화를 조계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참 좋다. 늘 격려해주신 이철승 불화 선생님 덕분에 힘낼 수 있었다. 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린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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