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신행단체 탐방- 소임본부 불교전통문화전승팀
알뜰하고 재주 많은 살림꾼들 모이다
▲ ‘부모은중경 인경’ 접수 봉사를 하고 있는 불교전통문화전승팀
올 여름은 6월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더니 장마까지 길어져 온 몸이 늘어지고 무기력해지기 일쑤다. 법당에서 기도하는 신도들도 한여름 무더위가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냉방기가 잘 돌아간다고 해도 여러 사람의 뜨거운 체온과 땀 냄새로 불쾌지수가 팍팍 올라가니, 수행의 마장魔障이나 다를 바가 없다.
우란분절 기도 주간을 맞아 부모은중경 인경 접수가 한창인데, 누구보다 이런 혹독한 더위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피’ 판매 부스를 지키는 소임본부 불교전통문화전승팀(팀장 무상심 육경옥, 이하 전승팀) 봉사자들이다. 봉사하는 곳이 종무소 계단 옆인 바깥이다 보니 눈비가 올 때나 너무 춥고 더울 때는 그날이 바로 인욕행을 하는 날이다. 그럼에도 설날과 추석날 등 일 년 가운데 며칠을 빼고는 그 자리를 비우는 일이 드물다.
천연 염색, 도자기 등 전통문화에 눈 돌려
전승팀은 사실상 전체 신행단체 가운데 가장 새내기인 셈이다. 2004년 ‘문수회’로 출발했지만 작년에 ‘불교전통문화전승팀’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문수회는 기본교육 47기 수료생들이 함께 공부한 도반으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자는 데 뜻을 두고 모인 단체였다. 출발 당시에는 150여 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두 번씩(첫째와 셋째 주 금요일) 모임을 갖고 지도법사 스님(당시 도문 스님)의 집전에 따라 기도하고 강의도 들었다.
불교전통문화전승팀은 일종의 사업팀 성격을 띤 단체다. 팀의 성격에 맞게 팀원들은 사중에서 개설한 천연 염색 강의와 도자기 강좌를 들으면서 불교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원두커피 내리는 법, 국화빵 만드는 법 등을 배워 사월초파일 행사 때와 가을의 국화꽃 축제 때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 전승팀에는 80여 명의 팀원들이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여섯 반으로 나뉘어 봉사하고 있다. 이 여섯 반의 반장과 가피 커피를 담당하는 가피장(명화선 김숙희), 천연 염색을 책임지는 염색장(명경화 임문순)이 봉사의 중심에 있으며, 교무(도일행 장현순)와 재무(수정 허경희), 총무(혜정 정윤영)의 삼직이 육경옥 팀장과 함께 전체 살림을 보살핀다.
올 1월 22일부터 전승팀장을 맡고 있는 육경옥 팀장은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손은 일거리를 찾아 쉼 없이 움직인다. 만발식당 옆, 전에 산중다원 찻집이었던 자리를 전승팀 사무실 겸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 갖가지 물건들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다. 커피 재료를 비롯해서 옷감, 도자기 등 가피 부스에서 파는 물건과 그 재료들이 수십 가지는 너끈히 넘어 보인다. 그 물건들 모두 사람 손길을 타야 하는 것들이니, 가짓수만큼 일거리가 많다는 뜻이라며 육 팀장은 수줍게 웃는다.
“불교전통문화를 전승한다는 설립 취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면이 많아요. 솔직히 눈앞에 닥치는 일들을 감당하는 것만도 벅차서요. 이제 집행부가 자리를 잡고 숨을 돌렸으니, 앞으로는 그 분야에도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국화꽃 축제에 국화빵을 만드는 이들
전승팀 팀원들은 할 줄 아는 것이 참 많은 재주꾼들이다. 아니, 봉사하기 위해 배우고 익혔다고 하는 편이 맞다. 가장 비중 있는 일은 가피 커피 판매인데, 원두로 더치커피(차가운 물로 장시간에 걸쳐 추출하는 커피)를 내려서 파는 일이다. 팀원 중 전문 교육을 받은 두 명의 바리스타를 포함해서 여섯 명이 커피를 전담한다.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일주일에 두 번씩 교대로 봉사하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킨다. 1천 원에 파는 더치커피는 싸고 맛도 좋아서 신도들의 호응이 좋다.
쌍화차, 팥빙수, 유자차, 랏시(인도식 요구르트)도 가피 가게에서 맛볼 수 있으며, 특히 랏시는 주지 스님의 추천과 각별한 지도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건강식 음료로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 ‘가피’ 마당에서 더치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불교전통문화전승팀
사월초파일 전후(1/31~5/31)에는 맥반석에 구운 가래떡 인기도 이에 못지않다. 간식으로도 아주 훌륭해서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을철 국화축제 때 전승팀이 직접 구워서 파는 국화빵의 인기가 최고인데 ‘추억과 함께’ 먹어서 더욱 꿀맛이다.
“국화빵 기계를 빌려다가 전통 방법으로 굽는 법을 직접 배웠어요. 저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국화빵을 파는 커피 집을 내서 먹고살아도 되겠다고 해요.”
가피 커피와 국화빵, 가래떡 등의 판매 수입이 쏠쏠하다며 육 팀장의 어깨에 힘이 실린다. 가계 살림을 보태는 주부처럼 전승팀의 이런 활동으로 생긴 수입금은 사중의 여러 가지 포교활동에 값지게 쓰인다.
우란분절 행사가 끝나면 바로 국화축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전승팀.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이 살림 저 살림으로 바쁘다. 국화축제를 위한 가장 큰 준비는 천연 염색이다. 이틀이 걸리는 염색과정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데, 전문가인 김나혜 선생의 지도를 받아 스카프와 윗옷, 앞치마, 티셔츠 등에 물을 들이는 작업이다. 올해부터는 광목을 사오는 일부터 직접 발품을 팔 생각이라 육 팀장과 임원들의 마음이 조금 바쁘다.
전승팀 모임은 첫째와 셋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극락전 2층 큰설법전에서 갖는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것에 비하면 자주 만나는 편이다. 요즘은 지도법사 성진 스님의 《사십이장경》 강의에 팀원들이 푹 빠져 있어 매번 40~50명이 참가한다. 올해 초 팀원들 사이에 잠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주 만나고 좋은 경전을 공부하면서 팀 분위기가 아주 밝아졌단다.
빛깔 고운 천연 염색 옷을 입고 그 옷보다 더 고운 웃음으로 신도들을 맞는 전승팀 봉사자들. 그들이 펼쳐갈 불교전통문화 전승의 앞날도 그 웃음만큼이나 곱게 빛날 것 같다.
[잠깐 인터뷰] 육경옥(무상심) 팀장
▲ 불교전통문화전승팀 육경옥(무상심) 팀장
네 엄마가 부처다
육경옥(54, 무상심) 팀장은 거의 매일 조계사에 나온다. 스스로 좋아서 그러기도 하지만 전승팀 일이 만만치 않게 많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이가 남편이다. 육 팀장은 남편을 ‘나무꾼’이라고 부르는데, 절에 갈 때마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는 아내를 안쓰럽게 여긴 나무꾼은 그이를 전철역까지 데려다주고 출근하곤 한다. 그리고 다 자란 아들과 딸에게는 “네 엄마가 부처다”라며 존경심을 감추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육 팀장이 나무꾼의 전폭적인 사랑과 믿음을 얻은 ‘선녀’가 된 건 선녀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중매로 만나 혼인해서 재작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니트 회사를 운영하는 나무꾼을 돕기 위해 모든 기술 공정을 다 배웠고, 사무실 경리까지 두루 안 해본 일이 없다.
“공장에 불이 세 번 났는데 한 번은 동대문소방서 생긴 이래 최고 큰 불이었대요. 수출할 물건까지 몽땅 타버려서 절망적일 때 거래처에서 도와줘서 일어섰어요. 좋은 인연을 짓는 공덕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상황일 때 더 간절히 부처님을 찾게 되더군요.”
그런저런 풍파를 함께 겪으면서 부부 사이의 믿음뿐만 아니라 불심도 굳건해졌고, 그런 아내를 지켜보면서 남편은 스스로 ‘나무꾼’이 되어 선녀에게 충성(?)을 바치게 된 듯하다.
육 팀장에게는 또 다른 고마운 아군(?)이 있다. 같이 기본교육을 받자면서 그를 조계사로 이끈 손아래 동서(보시반 반장, 원명심 박순자)와 시누이(자재월 김종임)가 그들이다. 육 팀장과 같은 47기 도반으로서 지금도 전승팀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말없이 그를 응원하고 격려해준다.
부처님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낼 힘과 평안을 얻었다는 육경옥 팀장. 자신이 그랬듯 가족들도 마음 비우는 법을 배워 평화로워지고, 지금처럼 팀원들과 함께 봉사하고 기도하면서 함께 나이 들어가기를, 그이는 늘 기도한다.
육경옥 팀장이 내려주는 냉커피 한 잔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멀리 쫓아버리고 싶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