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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버리고 가라

  • 입력 2013.07.24
  • 수정 2024.11.20

 

 





다 버리고 가라

-김재진

 

다 버리고 가라

설령 당신이

백송이 수선화를 선물 받는다 해도

그 누구도 진실로 사랑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가질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 쌓여 있다 해도

어느 것도 당신이 포기하지 못해 괴롭다면 무

슨 소용인가.

 

뜻대로 되는 것과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사랑해야 할 것들과 사랑해서는 안 될 것들 사이에 끼어

당신의 마음이

한치도 더이상 물러날 수 없어질 때

채울 수 없을 뿐 당신의 삶은 텅 비어 있다.

 

설령 당신의 하루가

당신을 필요로 하기보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가득 찬다 해도

누구에게도 당신의 따뜻한 마음 낼 수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인가.

 

어느 날 당신이 가까운 이로부터 상처 나거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워질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가라.

전쟁같이 하루가 힘겹고 외로울 때

다 버리고 한 번쯤 자신으로 돌아가라.

 

 

자귀나무에 분홍 꽃이 만발한 7월입니다.

여름 중심에서 피어난 향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것은 아마 눈부신 햇살 아래 피어난

어머니 닮은 꽃이기 때문이리라.

이 무렵 홀로 떠나신 그분의 발걸음 더욱 그리워

자귀나무 만발한 청평사에서 마음도 울었습니다.

우란분절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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