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기타

신행단체 탐방- 소임본부 성지순례 가피팀

  • 입력 2013.09.25
  • 수정 2024.11.19

조계사의 허브, 신도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나

▲ 신도회사무처에서 봉사 중인 성지순례 가피팀 불자들, 성지순례를 희망하는 불자를 안내하고 있다

 

조계사의 가을은 국화꽃 향기 그윽한, 시월 ‘국화향기 나눔전’과 함께 깊어간다. 소박하고 친근한 고향 같은 꽃 국화는 특히 그립고 아련한 추억을 생각나게 해 가슴 따뜻한 가을을 선사한다.

누군가 즐겁고 편안한 시간, 행복한 시간을 누리려면 또 다른 누군가의 수고에 기대야 한다. 시간을 내서 선물을 고르고 예쁘게 포장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전달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선물을 받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조계사 신도를 비롯해서 참배하러온 일반 불자들까지, 쾌적하고 편안하게 기도에 몰입하고 도반들과 어울려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많은 봉사자들의 헌신 덕분이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신행단체는 조계사 신도들의 성지순례에 관련된 모든 일을 담당하는 성지순례 가피팀이다.

 

한 달에 네 차례 이상 성지순례 진행

성지순례 가피팀(팀장 健法 김종호)의 뿌리는 신도회 사무처에서 비롯되었다. 작년 초 신행단체 체제 개편 때 신도회 사무처에서 성지순례 가피팀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성지순례에 관한 일이 주요 업무이긴 하나, 신도증 발급 관련 사무와 커피자판기(6대) 및 만발식당 공양 식권 관리, 초하루법회 사회, 교무금 수납 등, 신도회 관련 일들이 주를 이룬다.

 

▲ 성지순례 가피팀은 조계종신도증 신청 접수 및 발급도 맡고 있다

 

가피팀 사무실은 경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예전 신도회 사무처 공간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절 마당 이쪽저쪽 어느 곳에서도 잘 보여 사람들이 쉽게 찾아온다. 공사하러 온 인부들이 물 마시러 들어오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조계사를 알고 싶어 문을 밀기도 한다. 울력나온 종무원들이 깜박 안 챙겨 온 장갑을 빌리러 오는 곳도 성지순례 가피팀 사무실이다. 위치도 그렇지만 가피팀의 지향점이 신도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게 건법 김종호(64) 팀장의 설명이다.

“저희 사무실이 조계사의 심장, 허브가 되길 바랍니다. 중요한 일이든 소소한 일이든 자기 집처럼 드나들면서 일을 보는 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주말이나 설, 추석 명절에도 사무실을 비워 놓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8시 반에 문을 열고 오후 5시에 닫는 일은 팀의 유일한 남성인 김종호 팀장이 거의 맡아서 한다. 명절날에도 차례를 마치면 곧바로 사무실로 나오는 일이 이미 몸에 익었다. 팀장뿐 아니라 총무부장(선재심 장태순)도 조계사에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잠시라도 사무실을 지킨다. 성지순례 접수나 신도증 신청, 교무금을 내려는 신도들이 수시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현재 13명의 팀원들이 일주일에 2~3일씩 봉사하는 가피팀의 가장 핵심인 업무는 성지순례다. 한 주에 한 번꼴로, 한 달이면 4~5개 사찰을 순례한다. 순례할 사찰을 미리 정하고 홍보하고 전세 버스도 계약한다. 그리고 참가 신청을 받고 인솔하는 일까지, 이제 모든 걸 너끈히 해낼 만큼 다들 이력이 붙었다. 매달 순례 한 달 전에 순례할 사찰과 날짜 등을 공고하고 진행한 결과, 작년 1년간 총 50회에 걸쳐 연인원 4천 여 명이 동참했다.

“올해는 9월 초 현재(40회)까지 3천 명이 참석했고 점점 늘고 있는 추세예요. 보통 대형버스 2~4대에 팀원 4~5명이 따라가요. 한 사람이 한 달에 세 번 이상씩 순례를 이끌어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팀원들 주 연령층은 50~60대. 순례할 사찰에 따라 하루 또는 1박 2일 코스로 나뉘는데, 새벽 3시 반쯤 일어나야 출발시간인 6시에 맞출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설악산 봉정암은 봄과 가을에 각각 세 차례씩 순례한다. 봉정암 못지않게 향일암, 보리암, 갓바위 등도 손꼽히는 순례지다.

 

내년 4월 마무리되는 33관음성지 순례

올 1월부터 33관음성지 순례를 새롭게 시작했다. 기존 성지순례와는 별도 프로그램인데 반응이 매우 좋다. 제작비 360만 원을 들여 33개 관음성지에 관한 책자(1만 5천 원)도 만들었다. 한 달에 두 군데씩, 연인원 650여 명이 동참하는 33관음성지 순례는 2014년 4월에 마무리된다.

해외 사찰로 순례 범위를 넓히자는 의견이 나와 그 전 단계로 지난 3월, 제주도 성지순례에 나섰다. 3월 11일 90여 명의 순례단이 제주도 사찰을 순례했고, 오는 11월에도 80명을 모집해서 관음사, 약천사 등, 제주도 사찰을 순례할 계획이다. 이렇게 준비운동을 해서 인도나 미얀마, 캄보디아 등으로 해외 성지순례를 떠날 생각이다.

성지순례 가피팀은 총무부(부장: 선재심 장태순)와 교무부(부장: 정토심 최숙재), 구도부(부장: 대법심 노길옥)로 구성되어 있다. 인원이 적은 탓에 부장 중심으로 담당만 정했을 뿐 팀원 대부분은 부서를 넘나들며 봉사해야 하는 실정이다.

총무부는 여섯 대의 커피자판기 관리를 비롯해서 가피팀의 전반적인 일을 맡고 있고, 구도부는 성지순례, 법회 관련 사무, 초하루와 초삼일, 보름 등 법회 사회를 책임지고 있다. 탑전 등의 공양물 관리, 만발식당 공양 식권 판매와 회수, 도량 정리 등은 교무부 몫이다. 부장들은 봉사활동이 몸에 밴 베테랑들이어서 김종호 팀장과 팀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팀원들은 매달 음력 보름날(오후 4~5시) 자리를 함께해 저녁을 먹으면서 도반의 우애를 다진다. 1년에 두 차례, 자체 수련회와 워크숍에서는 공동 과제와 팀의 전반적인 방향 등을 의논한다. 특 성지순례 인솔은 장거리를 오가는 일이라 강한 체력이 필요하므로 새 팀원을 받아들이는 일도 소홀할 수 없다.

부처님은 《열반경》에서 성지순례에 대해, “아난다여, 이들 네 장소(불교 4대 성지)는 신심 있는 선남자가 종교적인 감정을 가지고 방문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선남자는 굳이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 ‘거사’인데 그보다 ‘재가자’로 봄이 마땅할 것 같다. 비구들이 안거를 마치고 나면 늘 부처님을 친견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성지순례는 부처님과 교감함으로써 신앙심을 고양시켜 마침내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지순례의 공덕은 어떤 기도에 비해도 큰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불자들에게 성지순례 공덕을 짓게 하는 가피팀에게 어찌 부처님의 가피가 없겠는가!

 

▲ 성지순례 가피 팀원들

 

[잠깐 인터뷰] 성지순례 가피팀 김종호(건법) 팀장


▲ 성지순례 가피팀 김종호(건법) 팀장

 

뿌리 깊은 나무에 든든한 둥지를 틀다

초하루법회가 끝나고도 한참이나 지난 오후 2시, 김종호 팀장은 그제서야 성지순례 가피팀 사무실 책상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문득 약속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한 실례를 깨닫고 서둘러 되돌아 나왔더니 금세 뒤따라온 그의 표정에 쑥스러움이 가득하다.

30년간 군생활을 하고 육군 중령으로 은퇴한 김 팀장은 어머니의 소박한 불심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불교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수원에서 군복무할 때 정찰 나갔다가 본 용화사의 특이한 분위기에 끌려 어머니와 함께 그 절을 다녔다. 그 뒤로 화천, 양양 등 먼 곳으로 근무지를 옮겨도 어머니는 쭉 용화사 신도였고, 그는 군법당에 다녔지만 그저 절만 할 줄 아는 불자였다.

전역한 뒤 회사를 다니다가 개인사업을 준비하던 중에 조계사 기본교육(44기)을 수강했다. 불교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만 반야, 천수 등 경전 강의, 불교대학, 불교대학원까지 마치게 되었다. 그런 그를 유심히 지켜본 당시 포교국장 원경 스님의 권유로 신도회 사무처 총무부장 일을 보다가 6개월도 다 못 채우고 사무처장을 맡고 말았다. 멈춰 있던 인연이 마치 한꺼번에 쏟아지듯 그렇게 일이 마구 진행되었다.

“7천 여 평에 나무를 심고 사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나중에 내려가 보니 다 죽었더군요. 일주일에 5~6일을 사무처로 출근하다 보니, 그 사업은 시작도 못해 보고 접었어요.”

당시 손으로 쓰고 확인하는 수작업이던 사무처 행정을 그가 전산화했다. 신도회 일이 체계가 잡히면서 훨씬 쉬워졌다.

2007년에 그렇게 내디딘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일 조계사로 출근하는 초로의 그에게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그저 인연이고 너무 편안하고 친근해서 무덤덤할 정도란다. 정확히 아침 8시 반에 사무실 출입문을 올리고 오후 5시에 내리는 성지순례 가피팀의 ‘셔터맨’ 김종호 팀장.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내는 우리 팀원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열심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걸 보면 대단한 보살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피팀 총무부장과 교무부장을 인터뷰 자리에 함께 불러 그들에게 공을 돌리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팀원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가피팀의 청일점 김종호 팀장의 가을 햇살 같은 웃음에는 팀원들의 무한한 믿음과 존경심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