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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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단체 탐방-소임본부 자원봉사센터
부처님 말씀의 따뜻한 실천, 자원봉사
▲ 소임본부 자원봉사센터
국화향기 나눔전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로 조계사 경내가 국화 향기로 가득하다. 천진한 아기 코끼리의 둥근 이마와 긴 코에도, 삼존불을 외호하듯 서 있는 대웅전 처마 아래 두 개의 탑에도 부처님께 올리는 불자들의 정성이 조롱조롱 꽃 세상을 펼치고 있다.
부처님 가피와 같은 국화 향기가 청량한 가을을 재촉하는 그 현장에서 꽃보다 더 향기로운 이들의 모임, 자원봉사자 교육과정을 열어 봉사자를 배출하고 그들과 더불어 봉사하는 자원봉사센터를 찾았다.
▲ 종무소 2층 로비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자원봉사센터 불자
이날 자원봉사센터 이기복 팀장(55)을 만난 곳은 관음전이다. 지난 9월 5일 점안식을 봉행한 이후 자원봉사센터의 역량을 줄곧 관음전 관리에 쏟고 있다고 한다. 이 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관음전 법당이 문을 연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되어서 챙기고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아침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 두 명 이상이 꼭 있어야 해요. 그리고 자리를 지키면서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새 공간인지라 법당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웅전이 기도하고 참배하는 곳이라면 관음전은 조금 차분히 앉아서 참선이나 명상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이끌려고 하고 있습니다.”
▲ 관음전 봉안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센터 불자들
▲ 자원봉사센터 불자들이 밝게 웃으며 관음전 봉안식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자원봉사센터 팀원은 총 41명, 조계사 신도로서 사중의 기본교육을 마치고 자원봉사자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원봉사센터 팀원이 될 수 있다. 봉사센터 팀원이 되는 게 굳이 그렇게 까다로울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이 팀장은 이렇게 답한다.
“등산이나 여행길에 근처 절에 참배하러 갔다가 불쾌했던 적이 한두 번쯤 있을 겁니다. 특히 공양간 보살의 무뚝뚝함은 공양주의 상징 같았어요. 부처님 일을 하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우리 사중에서 자원봉사자 교육과정을 개설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봉사정신과 사명감, 그리고 좀더 전문 지식을 갖춘 봉사자 양성 말이지요. 교육을 받고 나면 아주 많이 달라져요. 저희 자원봉사센터는 그 일을 전담하는 곳입니다.”
소임본부 담당 행정국장 성진 스님과 함께 교육과정을 마친 신도들을 각 부서에 배정하는 것도 자원봉사센터가 하는 일이다. 사중 큰 행사 때마다 봉사자가 많이 필요한 가장 굵직한 일을 맡아서 진행하는 등, 2년째에 접어드는 시점이고 보니 조금씩 틀을 다지고 있는 과정이다.
12월 초 11기 자원봉사자 교육 앞둬
지난 1년 여간 자원봉사센터에서 해온 일들을 쭉 짚어보았다. 사월초파일 등 제작(5~6개월간), 단옷날 소금 판매, 동지팥죽 판매, 국화 향기 나눔전 국화꽃 판매,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3,500여 명) 발급, 그리고 자원봉사자 교육과정 진행(수강생 모집부터 수료식까지) 등….
그 짧은 기간에 해온 일들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팀장으로서 팀원들이 힘들고 지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크다. 일주일에 한두 번, 아침 8시 반까지 나와서 오후 5시 반에 마무리하는 관음전 봉사로 말미암아 요즘 임원들의 고민이 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주로 가정주부들이어서 아침 일찍 나오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팀원이 100명 정도만 되면 신행을 함께하면서 봉사를 하면 오래 지탱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이런 어려움이 있는 반면 팀원들끼리 믿고 의지하는 마음도 커서 협동심이 강하고 친밀도도 높은 편이다.
이기복 팀장과 창단 때부터 함께해온 광명월 박원숙 총무, 그리고 천수성 유병희 재무 이렇게 셋은 불교대학 동기로서 5년간 쌓아온 도반의 의리가 굳건하고, 교무인 일진 정동수 거사는 덩치로나 인물로나 팀장에게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들 넷이 힘을 합치면 못 해낼 일도 없고 겁낼 일도 없을 듯하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자원봉사센터 불자들
오는 12월 초 자원봉사자 교육을 앞두고 팀원들 마음이 바쁘다. 매주 두 번씩 한 달간 여덟 차례, 총 16시간 과정으로 진행되는 이 교육은 이번으로 11기째다. 팀원 모두 국화 향기 나눔전이 끝나면 곧바로 교육생 모집 홍보를 시작으로, 자원봉사자 교육 관련 봉사에 집중해야 한다. 예전 것을 활용한다 해도 팸플릿 배부, 배너와 현수막 설치 등 할 일이 많다.
사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도 ‘11기생 모집 홍보’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며, 이기복 팀장이 쑥스러운 듯 속내를 꺼내 놓는다.
“거사들과 젊은 불자들이 좀 늘었으면 좋겠어요. 살림하는 주부 팀원들이 많아서 주말 봉사가 어렵거든요. 거사나 젊은이들이 늘면 주말 봉사에 숨통이 트일 것 같아요.”
주말 당번은 격주를 원칙으로 한다. 매주 하다 보면 직장 일과 겹쳐 스트레스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원봉사센터 팀원 중에 거사 5~6명과 대학생 등 젊은 불자 6명이 있어서 이 팀장을 주축으로 주말(토, 일)의 주차 관리와 대웅전 신발 정리를 전담하고 있다.
국화 향기 나눔전을 둘러보는 사람들 얼굴에 피어나는 함박웃음을 보면서 그것을 선사한 이들은 더 행복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 멀리 계신 부모님이나 바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는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한 조계사의 가을이다.
[잠깐 인터뷰] 소임본부 자원봉사센터 이기복(익수) 팀장
▲ 자원봉사센터 이기복(익수) 팀장
봉사해서 생긴 인복
익수(益守) 이기복 팀장을 만나면 먼저 귀가 눈에 확 띈다. 복 있게 생긴 귀 때문에 조계사 신도들에게서 얻은 별명이 ‘지장보살’이다. 그의 법명인 ‘익수’와 지장보살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인데, (남의) 이로움을 지켜주는 삶을 살라는 뜻이 아닐까, 그는 자신의 법명을 그렇게 받아들인다.
이 팀장은 하루에 서너 번씩 일주문을 드나든다. 아침 7시 반에 조계사에 나와서 봉사하다가 중간에 회사 일을 보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계사 도반이면서 회사 일을 함께하는 부인이 사무실을 잘 지켜주는 덕분에 두 가지 일을 겸할 수 있다. 조계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한 종무원은 한동안 그를 같은 종무원인 줄 착각했다 하니, 자원봉사센터 팀장으로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긴지 헤아릴 만하다.
이기복 팀장은 올해 불교대학원을 수료한다. 어릴 때부터 불교와 가까웠지만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마칠 때쯤에야 진정한 불자가 되었다고 한다. 6년 전쯤 낙원동 사무실에 오가다가 본 불교대학 수강생 모집 공고가 그를 조계사로 이끌었으나, 할머니가 고향에 절을 지었을 만큼 불심 깊은 집안 출신이다. 부인도 그와 함께 기본교육(75기)을 마치고 현재 민요반 총무를 맡고 있다. 이번 영산재 때 회심곡을 부를 만큼 노래솜씨도 좋고, 자신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며 부인 자랑이 은근하다.
궁중복과 인간문화재급 명인들의 공연복 분야에서 손꼽힐 만한 어머니의 한복 사업을 이어받은 사람도 그의 부인이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고급 기술을 가진 부인 덕분에 한때 원 없이 모았던 돈을 몇 번에 걸쳐 잃으면서도 부부 사이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으니, 그보다 더한 가피가 있을까싶다. 아직 경제활동에 매진해야 할 때임에도 미래가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저런 이유로 그는 자신이 인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젊은 팀원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더니, 직접 자녀들을 데려와 봉사하게 해달라고 맡기는 분들이 생기더군요. 신기한 것은 그렇게 몇 달 봉사하다가 바라던 직장에 취업이 되는 겁니다. 퇴직한 거사들 중에도 임시직에서 정규직이 되는 등, 봉사가 공덕 쌓는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108배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이기복 팀장. 불교 공부 덕에 욱하는 성질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그는 자신에게 자원봉사센터 팀장을 권하면서 하신 한 스님의 “부처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씀과, 자신이 남들에게 실제보다 좋게 평가받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팀원들의 공력(功力)이 어느 단체보다 강한 자원봉사센터 팀에는 겉으로는 강한 듯 보이나 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익수 이기복 팀장이 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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