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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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제를 준비하는 청년회 ‘연희단’의 연습일기
-불기 2559년의 봉축표어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에 어울리는 연등제를 준비하는
조계사청년회 ‘연희단’의 연습 일과를 함께 했습니다.
불기 2559년(2015) 4월 12일 일요일, 연희단의 첫 연습이 있는 날이다. 전날 백주년기념관 지하 1층 어린이 법당에서 사전모임을 갖고 몸을 움직이는 첫 연습일. 삼삼오오 모여있는 법우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도를 맡아주고 있는 진필경 선생님(한국무용가)의 뜻에 따라 연습복장은 단정한 봉축티셔츠(무채색)와 법복 바지로 통일하였고, 하루 세 시간의 연습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지도하지 않겠노라는 단호한 주문에 긴장감이 묻어난 첫날.
등단율동(조계사는 4등단), 단체율동, 그리고 청년율동과 행렬율동 네 가지를 배워야 했는데 단체율동과 청년율동은 연등회에서 배포한 그대로 안무 변형 없이 해야 하기 때문에 대표율동인 등단율동(우리 함께 연등회)을 배우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손에손에 한삼을 끼고 얼쑤~장단에 맞춰 하늘로 흩뿌려지는 한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하얀 고깔을 쓰고 승무를 추는 비구니의 처연한 몸짓을 상상하지만…,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눈 뜨고 볼 수 없는 몸부림이었다.
어린이 법당에서 날고뛰고 모두들 초주검이 되기 일쑤인 나날이 이어졌다. 저혈당을 막아주던 간식마저 공식적인 배급이 중단됐다. 선생님 마음에 드는 동작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기를 쓰고 한삼을 하늘로 날려야만 했다.
첫날 연습을 네 시간 만에 끝내고 수십 번을 반복했던 동작을 연결해서 음악과 맞춰본 후 단 37초의 동작을 숙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연희단원들은 좌절했다. 예전의 연희단은 팔다리 관절만 움직이면 할 수 있다는 오명을 불러일으켰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진필경 선생님의 열정적인 안무지도에 우리는 어느덧 비장함이 가득 서린 얼굴로 대웅전 앞의 마당에 집결하고 있었으니…. 이젠 더 이상 피할곳이 없다!!!
둥둥둥둥~~둥둥
저 멀리 한삼을 끼고 하늘 높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 연습상황을 본 다른 청년회 회원은 마치 좀비떼 같다는 표현을 했다.
흙먼지가 사정없이 휘날리는 이곳은 불교 1번지 견지동의 조계사가 아닌 미국의 텍사스 벌판이던가? 모두들 콜록콜록 기침하며 한삼에 땀을 닦아가며 연습을 이어갔다. 맘에 드는 동작이 나올 때까지 좀 더 아름다운 라인이 나올 때까지 안무는 계속 바뀌었고 단원들은 다리가 풀려갔다.
연습을 시작할 때 힘껏 뛰어오르던 점프는 바람 빠진 공이 되어 발 하나 땅에서 떼기가 어려웠고, 팔은 오십견 걸린 어깨처럼 한삼 한 번 휘날리기도 힘들었으니 연습이 끝나갈 때쯤 초주검이 되어 터덜터덜 집으로 향할 뿐이었다
.
하지만 반복 학습은 과연 효과적이었다.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수십 번 반복해서 움직였던 몸은 율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2주 만에 기적적으로 등단율동의 안무를 숙지하고 단체율동과 청년율동, 그리고 행렬율동까지 폭풍 진도가 나가고 난 지금. 어느덧 동국대 리허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등제까지 보름여가 남았다. 부디 마지막 날까지 연습 잘 마치고 연등제 당일, 아름다운 춤사위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연희단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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