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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자리’를 찾아 직지사로 떠난 조계사 청년 불자들

  • 입력 2017.09.10
  • 수정 2024.11.22

조계사 청년회 직지사 생명살림기도 법회 봉사활동 1일차-템플스테이 스케치

 

9월 10일, 조계사 하안거 해제 생명살림기도 법회가 직지사에서 열렸다. 조계사 청년회는 생명살림기도 법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수 천 명의 신도들이 여법하게 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조계사 종무원을 도와 행사보조‧질서유지‧안전에 힘쓰고 있다. 생명살림기도 법회 하루 전인 9월 9일, 청년회는 사찰에 먼저 도착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동안 산사에서 쉬며, 개인 수행에도 정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1600년의 역사를 온전히 간직한 직지사에서 조계사 청년 불자들과 함께 했다.

 

▲ 직지사 만덕전에서 진행된 청년회 지도법사 스님과의 즉문즉설


‘직지인심 견성성불’

우리는 본래가 부처… 부처다운 행동을 하면 성불할 수 있어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행복에 대한 집착인 걸까요?”

“나쁜 습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되풀이 하고 있어요. 제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남에게 부탁이나 고백을 했을 때 거절 당할까봐, 그래서 제가 힘들어질까봐 앞서서 걱정을 하는 편이에요. 제가 너무 겁쟁이인건가요?”

김천 직지사 만덕전에 100여 명의 청년회 법우들이 모였다. 이들이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들이 쏟아진다. 조계사 포교국장이자 청년회 지도법사이신 설호스님과의 ‘즉문즉설’ 시간이다. ‘즉문즉설’은 지도법사 스님과 청년회 법우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위해 청년회가 마련한 자리다. 월 1회 진행되는 이 시간은 직지사에서도 이뤄졌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민부터 불법을 이해하고 신행을 다지기 위한 내용까지 청년 불자들의 질문은 다양하다. 만덕전은 사미·사미니계 수료 교육이 진행되는 여법한 장소이기도 하다. 승가의 삶을 선택한 이들이 수행‧정진하며 불제자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즉문즉설에 참여하는 청년 불자들의 표정도 사뭇 진지하다.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旨人心 見性成佛)이라. 내가 본래 부처이기 때문에 부처다운 행동을 하면 성불할 수 있다. 우리네 삶도 똑같다.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이 어렵고 힘들더라고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갖고 있다. 바로 내가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내 인생의 길’이다. 내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자. 그리고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하자. 행동 해야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느냐. 그게 바로 부처가 되는 길이다.”

 

청년 불자들의 고민을 아울러서 전해주신 지도법사 스님의 말씀이다. ‘직지인심 견성성불’은 ‘직지사’라는 사찰명이 만들어진 설화와도 관련이 있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갖고 있어서 수행을 통해 욕심, 번뇌, 망상을 모두 다 비우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종의 가르침이 담겼다. 직장 생활에서의 퍽퍽함,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진로와 비전에 대한 고민 등을 끊임없이 안고 가는 청년 불자들은 이 곳 직지사에서 ‘부처의 자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 문화해설사의 설명으로 직지사 사찰탐방을 하는 청년회

 

▲ 문화해설사의 설명으로 직지사 사찰탐방을 하는 청년회

 

김천 황악산 직지사,

일주문-금강문-천왕문-불이문 거쳐야만 갈 수 있는 부처의 세계

부처님 세계에서 불심 찾는 청년들의 이야기


지도법사 스님과의 즉문즉설이 끝나고 사찰 탐방에 나섰다. 직지사의 역사, 각 전각의 의미, 탱화가 그려진 배경 등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꽤 많은 문을 거쳐야 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직지사는 일주문-금강문-천왕문-불이문을 거쳐서야 비로소 부처의 세계인 경내에 들어설 수 있다. 다양한 문을 거치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일심으로 귀의하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직지사는 임진왜란 당시 일주문, 천왕문, 비로전을 제외한 40여 개의 전각이 모두 다 소실됐으나, 이후 꾸준히 중창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 경내 앞으로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고, 여러 나무와 꽃들로 정돈돼 있어서 어지럽던 마음조차 차분히 해준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바닥이 삐걱거리고 탱화도 많이 퇴색될 정도로 오래됐지만, 그 역사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자태에 절로 숙연해진다. 1600년의 역사인 직지사에서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로전은 천불상으로도 유명하다. 법당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천 개의 불상은 그 표정도 제각각이다. 수많은 불상 중 자신에게 맞는 불상이 한 가지씩은 있다고 하니 그것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30여 분간 진행된 사찰소개가 끝나고 자율참배가 이어졌다. 이곳에 온 청년회 법우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한적한 산사를 조용히 둘러보며 그저 편안하게 각자만의 쉬는 시간을 갖는다.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절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안정된다고들 말한다. 청년 불자들에게는 평소엔 쉽게 찾지 못하는 곳인 만큼 기도나 수행을 하기 위한 심신이 더 깊어진다. 108배를 하거나 경전을 외우며 기도를 올리고, 참선에 빠져 들었다. 오로지 부처의 자리를 찾기 위한 자신만의 시간인 것이다. 

 

▲ 직지사 선원장 스님께서 작성해주시 발원문

 

몇몇 법우들은 직지사 5대 암자 중 하나인 명적암에 올랐다. 직지사에서 15분 정도 걸어 올라갔을 뿐인데 이곳의 풍광이 일품이다. 누각에 서니 눈앞에 황악산 자락이 넓게 펼쳐졌다. 마치 어렸을 적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녹음이 짙은 산자락을 바라보며 더위는 물론 마음의 때까지 씻겨나가는 듯 했다. 날이 좋은 때에는 부처님께서 누워계시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안개 때문에 그 형상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더 귀한 시간이 명적암을 찾은 청년 불자들에게 이어졌다. 바로 이곳에서 평생 동안 수행을 해 오신 직지사 선원장 스님께서 소참법문을 해주신 것이다. 법문이 1시간가량 이어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야할 시간이 되어 명적암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발원문까지 직접 써주셨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이, 불심을 심은 곳에 부처가 난다. 부처님께 저의 모든 죄업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기필코 나의 본래 모습을 발견하여 영원토록 행복하리라.”

 

‘직지인심 견성성불’을 다시 한 번 더 새기게 되는 발원문이었다.

 

▲ 직지사 대웅전에서 저녁 예경을 하는 청년회

 

저녁 공양 후 저녁예불이 시작됐다. 대웅전을 가득 채운 100여 명의 청년 불자들이 예경을 올렸다. 일심이 되어 함께 올리는 예경 소리로 고요하고 적막했던 저녁 산사에 울림이 더해진다. 분명 부처의 자리를 찾기 위해 삶의 여정을 나서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도 울림이 남는 하루가 되었으리라.

 

▲ 직지사 생명살림기도 법회 봉사활동 OT를 마친 후 청년회 단체사진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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