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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이주민돕기 캠페인, 기금 전달식

  • 입력 2022.10.28
  • 수정 2024.09.08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은 10월 28일 스리랑카에서 온 산지와 씨에게 ‘이주민 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 기금 4백만 원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김형규 일일시호일 대표가 대신 참석해 감사를 전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산지와(39) 씨는 동네서 소문난 효자, 사랑꾼이었다. 농사 짓는 부모님을 극진히 모셨고, 아내와 아들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산지와 씨는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왔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가족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고향에서 일하면서 버는 돈은 50만원 남짓.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한국이었다. 조금씩 모아놓은 돈으로 비행기 표를 구매했고 2012년 바라고 바라던 그곳, 한국 땅을 밟았다.

 

부천에 있는 염색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통에 염료를 넣고 비율을 맞춰야 했고, 무거운 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염색된 천은 무거워 어깨,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았고, 독한 염색약 냄새에 어지러움과 두통도 기본이었다. 이렇게 매일 11시간씩 고된 노동을 이어갔다. 그가 일하고 받은 돈은 260만 원. 스리랑카에서는 5개월 꼬박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큰 금액이었다. 산지와 씨는 일부를 제외하고 월급 전부를 고향으로 보냈다. 아버지는 번듯한 농장주가, 아들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말부터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회사 측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을 무렵 공장이 문을 닫았다. 산지와 씨는 갑작스럽게 실직자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월 25일 밤 산지와 씨가 가슴을 부여잡은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X-ray, CT, 혈액 등 각종 검사를 통해 심장에 3개의 구멍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심장 구멍을 막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성실한 외국인노동자는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막았던 구멍 2개가 다시 뚫린 것이다. 의사는 중환자실에서 3개월 정도 약물을 투여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벌써 쌓인 병원비가 2200만 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향으로 생활비를 보내주지 못한지도 4개월, 국가부도 사태는 산지와 씨 가족도 피할 수 없었다. 농사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식량난이 심해져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에게 자신의 소식을 알릴 수 없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기로에서 산지와 씨는 작은 희망을 붙잡고 불교계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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