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 49재 입재의 마음자세
어제 신도님들과 마곡사 선원에 대중공양 갔다 왔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밤에 장대비가 와서 걱정을 했습니다. 괜히 주지 스님이 박복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라도 들릴까봐 걱정했는데 마곡사 내려가니까 비가 한 방울도 안 왔습니다. 대중과 선원 스님께 공양 잘 올리고 같이 기도하고, 산책도 하고, 오랜만에 산사 분위기를 느끼고 왔습니다. 같이 갔다 온 분들은 잘 다녀왔다고 하는데, 못 가신 분들 섭섭하면 다음에도 대중 공양 가니까 같이 가도록 하세요. 오늘은 백중 한식 기도 입재일입니다. 칠칠재를 매주 월요일마다 조계사에서 공양하는데 사중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도 염불을 같이 할 생각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영가들이 저를 많이 쫓아다닙니다. 영가들이 저 보고 천도해 달라고 많이 옵니다. 절에서 사십구재를 지내고, 백중 지내고, 영가 천도하고, 구병시식을 많이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살았던 옥천암에서는 많이 했는데 조계사는 다른 절 보다는 덜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관계되는 일이니 실제로 자기 몸 가지고 있는 사람은 현세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현세 일이라는 것도 따져보면 무시무종의 시간과 무한한 공간의 교차점에서 딱 맞은 한 순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삶은 작은 인연이 아닙니다. 게다가 부처님의 법을 만난 인연만으로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처럼 무한한 시간과 공간에서 지금 이렇게 같이 태어나 살고 있는 남편이나 부인, 자식, 도반이 중요하지 않다면 무엇이 중요하겠어요. 오늘은 백중 법회니까 영가천도를 하면서 가져야할 마음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전에 보면 영가 천도를 지내면 얻는 복을 일곱 개로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칠분율인데 영가에게 돌아가는 복이 하나이고 살아있는 생가에게 돌아가는 복이 여섯 개입니다. 실제로는 영가의 왕생극락을 빌지만 실제 복은 육대일 정도로 생가에게 도움이 되는 의식입니다. 절에서 백중하고 지장재 하고 천도재, 사십구재 등 제사를 하는데, 절에서 지내는 제사는 마을에서 지내는 제사의 그 제 자가 아닙니다. 제사 제(祭)가 아니라, 가지런할 제(齊)자를 씁니다. 여러분이 제사 지낸다는 의미는 유교적 의미이고, 불교적 의미의 제사는 가지런할 제자입니다. 영가천도를 하는데 제일 중요한 마음은 영가이든 살아있는 사람이든 가지런하고 고요하게 입정하는 마음이 중요하기에 가지런할 제자를 씁니다. 제가 한 때 해인사에서 살았었는데 그때 계셨던 노장스님에게 들었던 실화가 있습니다.'발우때 제사'라는 일화가 있는데, 지금 조계종은 독신으로 살면서 소유를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요새 현대 사회에서 살면서 주지까지 하다 보니 통장에 몇 백은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유를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일제시대 때는 일본 불교의 영향으로 소유를 인정했습니다. 일제시대 때 해인사에 계셨던 노장 스님이 땅을 스무마지기 가지고 계셨는데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 열마지기는 상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유언으로 나머지 열 마지기는 처분하여 사십구제를 지낼 때 사용하여 달라고 했습니다. 상좌들은 두 세마지기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으나 할 수 없이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얼마 후 노장 스님이 돌아가시고 열마지기로 사십구제를 지내는데, 땅 이천평을 팔아서 사십구제를 지내니 얼마나 거창했겠습니까? 그러니 제삿날만 되면 산중의 스님이 다 왔어요. 그렇게 지내는데 드디어 내일이 사십구제날이에요. 상좌 스님들이 큰방에서 모였습니다. 맏상좌 되시는 분이 내일 사십구제 때 법주를 하는 스님을 정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법주 스님은 요령 가지고 사십구제를 책임지시는 스님입니다. 그러니 대중 스님들이 눈만 꿈뻑거리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귀찮은데 서로 안맡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돌아가신 스님의 말씀이 사십구제 때 법주 하는 스님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발우때를 드리겠다고 했다는 말을 하자마자 서로 법주를 맡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발우때 하면 스님들이 공양할 때 밥그릇인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당시에는 스님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 재산 목록 일호였습니다. 스님들은 다른 욕심은 없는데 옛날 스님들은 발우때 욕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스님의 발우때가 그렇게 좋았답니다. 오동나무에 옻칠을 몇 번씩 해서 보기에서 윤이 흐르고 반듯했답니다. 그래서 맏상주가 한 스님을 지목해서 집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사십구제가 되어서 해인사 법당에 많은 스님들이 모이고 성대히 사십구제가 치러졌습니다. 모두 끝나고 맏상좌 스님이 잠을 자는데 꿈에 돌아가신 스님이 나타나는 것이에요. 그런데 얼굴 표정이 좋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맏상좌 스님은, "저희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 스님 대답이 "천하의 나쁜놈." 이라고 하면서 화를 내는 것입니다.맏상좌 스님이 이유를 물으니 대답하시기를,"내가 사십구제 잘 지내달라는고 했는데 땅은 왜 팔아먹고 사십구재 안 지내주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 산중 스님 다 모시고 성대하게 치뤘습니다." 하니까, "이놈 거짓말 마라. 내가 오늘 사십구제라고 해서 와 보니 공양물은 안 보이고 온통 발우때만 꽉 차있더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영가들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식으로 느낍니다. 업식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십구재라고 염불을 하는데 입으로는 극락왕생을 하지만 머리로는 발우때 가질 생각만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사십구제 끝나면 그 좋은 발우때가 내 것이 된다. 뒤에 스님들은 '법주 스님은 발우때 가질 수 있으니 좋겠네.' 이런 생각들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맏상좌 스님은 활짝 놀라 잠이 깼습니다.그래서 법주 맡은 스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당신이 사비를 들여 사십구재를 다음날 다시 한 번 지냈습니다. 이 실화가 우리에게 영가천도에 시사해 주는 바가 큽니다. 저도 작은 절에 있을 때 제사를 지낼 때 가능하면 안 맡기고 직접했는데, 제사 지낼 때 본인이 산란되고 삿되게 마음을 먹으면 영가에게도 수용되지 못하고 본인에게도 누가 됩니다. 제사 지내는 첫째 마음은 가지런한 마음입니다. 부처님은 자비스러우니 마음이 좀 산란해도 이해하지만, 영가는 다 같은 중생이라서 삐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내가 산란스럽게 생각하면 영가는 그것을 섭섭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사십구재, 천도제 제사에 온 사람은 쓸데 없는 생각은 안 하는게 좋습니다. 둘째는, 영가들이 가야할 곳이 정해져야 합니다. 우리도 밤에 해 떨어지면 라이트를 켜고 가듯이, 영가에게 어디로 어떻게 가십시오 하며 발원하고 방향을 정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갈 길을 가야되니까 가지 못하게 하면 사십구재는 잘못된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속가 친구가 있었는데 미국에 가서 살고 있었는데, 제가 출가하고서 몇 년 지나서 귀국을 해서 저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집에 큰 일이 생겨서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 친구의 사연인 즉, 어머니에게 다른 사람의 병을 고치는 신통력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몸이 공중에 붕 떠 있다가 반대편 벽에 부딪치며 땅에 떨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 그런 능력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크게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사회적 체면도 있고 해서 그런 부인을 밖에 못 나가게 집에만 가두어 둔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어머니대로 답답해 하시고 해서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어머니를 찾아가서 금강경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한 지 사일 째 되는 날 저녁에 이층 방에서 좌선하고 앉아있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시더니 넙죽 삼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불교 신자이기는 했지만 신심이 탁월하지는 않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서 아들 같은 저에게 그렇게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스님, 강의를 잘 들었습니다." 하는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어머님이 강의를 잘 들었다고 하니 저도 부탁을 하겠습니다. 어머님 말고 어머님 안에 계신 분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얼굴이 굳어지면서 "무슨 말이예요?" 하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오십대 후반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 보니 안에 계신 분은 보살의 외할아버지인데 예전에 한의사를 했었답니다. 이분이 자기 외손녀에게 들어온 것입니다. 그 분은 불교적 소양이 있었던 분인데 강의 들은 것 중에서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인연법 등에 대해 설명을 쭉 하니 경청을 하다가 다시 일어나 삼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분은 떠나버렸습니다. 그 이후에 그 친구 집에만 가면 저는 부처님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영가가 가야할 방향을 집전하는 스님이나 남아있는 생가들이 가르쳐 줘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보통 사후에 보통 3일간은 영가가 혼미스럽습니다. 그런데 내가 부처님 인연법을 해박하게 알아서 갈 길을 올바르게 가게 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지장보살에게 의지하면 됩니다. 지장보살에게 의지하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왕락왕생하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그 영가에게는 살아생전에 어떤 선물보다 큰 선물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영가에 대해서 덕스러운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생전에 아무리 좋은 부부, 자식 사이도,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털어버리고, 덕스러운 생각을 영가에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들이 군대가면서 "엄마 보고싶어." 하면서 울면, 남아있는 엄마의 마음도 아픕니다. 그런데 "엄마 잘 있어, 열심히 하고 돌아와서 열심히 모실게. 걱정말고 아버지 잘 모시고 식사 잘하고." 이러고 가면 남아있는 엄마의 마음이 편합니다. 영가도 똑 같습니다. 영가도 여러분들이 덕스럽게 생각을 해주면 영가에게도 본인에게도 좋습니다. 이 세 가지만 늘상 가지면서 천도제를 지내면 그 선근공덕만 해도 수승하고 업장도 소멸되고 선근공덕이 쌓입니다. -정리: 장훈| 조계사 보도부 법문녹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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