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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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이주민돕기 캠페인, 기금 전달식
조계사 주지 담화 원명스님과 김형규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 대표가 '이주민 노동자 돕기 공동캠페인' 기금 전달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 주지 담화 스님과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은 11월 27일 스리랑카 이주민 김제이(43)씨에게 400만원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김형규 일일시호일 대표가 대신 참석해 감사를 전했다.
김제이(43)씨의 아들 노강현(12)군은 골연골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관절 사이에 종양이 자라나며 뼈를 밀어내 손과 다리가 뒤틀려 자라나고 있다. 뒤틀린 뼈는 혈관을 막아 감각이 없어지고 걷기조차 힘들다. 이미 16번의 수술을 받은 강현이의 몸엔 수술 자국이 가득하지만 성인이 돼서야 멈추는 병 진행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제이씨는 스리랑카 출신이다. 2011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고 동료였던 한국인 남자와 1년 만에 결혼했다. 이주민 노동자였던 그에게 안식처가 돼주며 이듬해 1월 아이를 가졌다. 쌍둥이 소식에 행복은 배가 됐다. 함께 기뻐했고 늘 그를 생각해주고 돌봐주었다. 낯설고 두려웠던 한국생활에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임신 8개월이 됐을 때 남편이 사라졌다. 수소문해 보니 다른 여자를 만나 도망가버렸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탓일까. 그에게 찾아왔던 쌍둥이 중 한 생명이 유산됐다.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지만 남아있는 한 아이를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기 위해 이혼을 하려 했으나 남편이 사라진 탓에 소송을 해야 했다. 출산 직후 혼자 감내하기엔 너무 큰 고통이었다.
가진 돈을 털어 컨테이너 한 칸을 빌렸다. 강현이가 태어난 계절은 겨울이었다. 컨테이너는 한겨울의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버려진 난로를 구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난로의 연료와 아들의 분유를 샀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우유 하나로 하루를 견뎌냈다.
그러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가 8개월이 됐을 때 어깨가 어긋나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골연골종이라고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본 병명이었다. 관절 사이에 종양이 자라는 병으로 남편 쪽 유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의 소견에 절망했다. 성인이 돼면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아이는 너무 어렸다. 아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인력사무소로 달려가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식당부터 케이블 공장, 자동차 부품 공장까지 마다한 일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삶의 의지가 꺾일만큼 고단했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며 버텼다.
스리랑카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고향의 부모님은 모두 일찍 돌아가셨고 혼자 있는 동생도 형편이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스리랑카의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고 치료여건도 열악했다. 퇴원을 마친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3년. 컨테이너를 벗어나 단칸방을 구했고 5년이라는 시간을 병원과 공장만을 오가며 살았다. 그 시간을 버텨준 아들이 오히려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스리랑카 이주민 노동자를 만나 재혼했다. 예쁜 딸을 낳으며 잠시나마 삶에 활력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조금씩 남편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아들 강현이를 돌보기에도 벅찼던 인생에 다시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다행히 재혼 상대는 비자가 만료돼 스리랑카로 돌아갔다. 비자신청서에 동의서를 요청하고 있지만, 결국 비자 발급을 돕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사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강현이의 병세는 다시 악화됐다. 이전보다 심각해진 강현이는 누군가 도움 없이는 걷기도 힘들었고, 손까지 뒤틀렸다. 한국 국적인 까닭에 의료보험적용이 적용되지만 수술과 입원, 각종 검사를 거치고 나면 매번 약 300만원의 병원비가 청구된다. 초등학생이 되기까지 벌써 16번의 수술을 견뎌냈다. 지난해에만 3번 수술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수술을 해야 완치될지 알 수 없다. 3살이 된 딸까지 챙기려면 몸이 열개라도 부족했다. 이제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의 치료비를 혼자 감당하기엔 그저 막막할 뿐이다.
엄마 김제이씨는 앞으로도 10여 년은 더 병원과 공장을 오가는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엄마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김제이씨가 아들과 함께 환히 웃는 날을 언제 볼 수 있을까? 불자들의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56-5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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