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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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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눔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 입력 2004.01.27
  • 수정 2024.11.23

갑신년 설 연휴에도 많은 사람들이 변함없이 고향을 찾아 푸근한 고향의 온기와 향기를 느끼고 있는 동안, 강추위를 견디지 못한 노숙자가 서울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동사(凍死)했다는 뉴스 기사가 보도되었다.

 

아마도 조계종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쉼터가 3곳이나 있는터라, 비록 짧은 분량의 기사였지만 나에게는 다른 기사보다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신문지와 포장 박스에 의지해 영하 20도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있었을 그 노숙자를 생각하니, 애잔한 마음이 밀려오는 것과 함께 우리 삶과 우리 사회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수백억원의 정치자금이 불법으로 오고 가는 현장, 국민의 당연한 의무인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체면과 양심을 버리고 불법과 편법을 서슴지 않는 일부 가진 자들의 저급한 양태, 먹고 살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하는 시장 아줌마들의 모습,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봉사를 하고 계시는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밝은 모습 등등........

 

IMF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는 예전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의 뒤편에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빈부간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고, 명예퇴직의 확산과 청년실업층의 증가속에서 노숙자들이 늘어만 가는게 지금 우리사회의 자화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회 구성원들의 20%가 재화의 80%를 소유하고 80%의 구성원들이 20%의 재화만을 소유한다는 20:80의 이론이 현재화되어 있는 지금의 현실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부처님은 유정(有?), 무정(無?)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관계하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연기법(緣起法 )이라는 절대적 진리를 중생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지금 내가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있음은 바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들이 온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면 그 영향이 바로 나에게 미쳐, 나의 삶 또한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마경에서 유마거사께서 “중생이 아프므로 나또한 아프다”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은 바로 이와같은 연유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나아가 지구상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삶을 온전하고 풍요롭게 하는 길인 것이다.

 

관심을 갖고 주의를 조금만 기울여 보자!

 

나의 손길.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노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실천은 거창한 결심을 하고 시작할 필요도 없다. 단지 내가 가진 것중의 일부분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어 갖는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나누는 것은 곧 불교에서 말하는 탐(?).진(瞋).치(癡) 삼독(三毒)을 버리는 수행(修行)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중생이라는 한계로 인해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버리는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자기 마음에 끄달리지 말고, 자기의 것을 조금씩 나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조금씩 나누는 습(習)이 쌓이게 되면 버리는 것은 저절로 얻어지기 때문이다. 곧 나눔과 버림은 표현만 다르지 동일한 수행의 한 방편이다. 

 

재화뿐 아니라 시간, 육체적 노력, 지식, 기술 등 어떤 것을 나누어도 좋다.

 

이러한 작은 나눔이 경쟁속에서 황폐해진 나를 바로 세우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하나되는 세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우리 불자들 모두가 가족의 건강발원은 물론 나눔을 통해 하나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서원을 세우고 실천하는 갑신년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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