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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 장의 사진, 조계사터의 역사를 말해줄까?

  • 입력 2004.04.13
  • 수정 2024.11.21

한 장의 오래된 사진이 있습니다. ‘까를로.로제티’ 라는 이탈리안이 1902-3년 사이에 찍은 사진으로 ‘꼬레아 꼬꼬레아니(서울학연구소 역, 숲과나무, 1996)’라는 책에 나와있습니다. 책에는 ‘우정국 중앙사무소’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이 우정국의 모습인지 분명히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현재, 조계사 바로 뒤편에 있는 우정총국 건물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뒤편에 있는 우정총국 건물이 120년전의 우정총국 건물인지, 아니면 사진에 나와있는 건물이 우정국 건물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로제티가 사진을 찍은 1902-3년은 건물의 터에 우정국이 있던 시절이 아닙니다. 이 건물이 과연 우정국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인지는 조금 더 자료를 찾아봐야 확실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왼쪽의 나무는 지금의 조계사 회화나무

 

분명한 것은 이 사진이 지금의 조계사터를 알려주는 가장 확실하고, 오래된 사진이라는 겁니다. 사진 왼쪽에 있는 나무 한그루가 보입니다. 바로 이 나무가 지금의 조계사 회화나무입니다. 언뜻 보기에 조계사 회화나무와 대조하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운데 줄기 위를 지나 가지의 모양새를 살펴보면 회화나무가 확실합니니다.

 

 

 

 왼쪽의 사진은 옛 사진중 나무만 확대한 것이고, 오른쪽은 현재의 회화나무를 대웅전 어간 계단쪽에서 신도회, 을유문화사쪽을 향하여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점을 먼저 살피겠습니다. ① 가운데 줄기가 옛사진에 비하여 짧습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옛사진 이후, 조계사터에 흙을 메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② 왼쪽으로 뻗은 가지가 옛 사진에 있습니다. 현재의 회화나무에는 가지를 짤라낸 흔적만이 남아 있습니다. 100년의 짧지 않은 시절에 회화나무 줄기 하나가 없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옛 사진의 나무가 현재의 조계사 회화나무임을 확신할 수 있는 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줄기 위의 가지 모양을 비교하면 회화나무의 줄기와 같은 방향, 같은 모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무 줄기가 왼쪽으로 휘어집니다. 그 각도나 모양이 회화나무와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기에 줄기가 휘어진 지점에서 왼쪽으로 뻗은 가지가 있는데, 이 가지는 현재 잘려진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줄기에서 위로 뻗은 나뭇가지는 현재의 회화나무와 동일합니다. 대웅전이 공사중이어서 옛사진의 각도로 찍지 못하였지만, 나무의 줄기와 가지가 회화나무와 같습니다.

 

 

 

한 장의 사진, 조계사 터의 역사를 말해줄까?

 

 

 

옛기록을 살펴보면 우정총국앞에 회화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갑신정변 때도 회화나무의 기록이 나오고, 우리나라 오래된 태극기의 역사와 관련해서도 회화나무 기록이 나옵니다. 조계사 근처에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두그루 있습니다. 한 그루가 조계사 회화나무이고, 나머지 한 그루는 현재 우정총국 공원에 있는 회화나무입니다. 만일, 위의 옛 사진이 우정총국의 옛모습을 진실로 담고 있는 것이라면 조계사 회화나무의 의미는 새롭게 기록될 것입니다.

 

 

 

이같은 가정은 조금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구요. 사진을 통해서 옛날 조계사터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무 뒤편의 얕은 목조건물은 대충 현재 신도회 사무처 정도의 거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 왼쪽의 건물들은 조계사 앞마당을 지나 동쪽으로 뻗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결론은 건물들이 남향이 아닌 북향이며, 현재 대웅전이 서 있는 자리를 포함하여 큰 마당이 있었음을 말해주지요.

 

 

 

제가 앞선 글에서 조계사 터가 조선시대 전의감터였음을 말했습니다. 옛사진이 말해주는 것은 이 건물들이 우정국의 건물인지는 확신하지 못할지라도....... 현재의 조계사 터에 있었던 옛 건물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제 상상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꼬레아 꼬레아나, 까를로 로제티, 서울학연구소 역, 숲과나무, 1996

 

고종시대의 재조명, 이태진, 태학사, 2000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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