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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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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내 삶의 등불

  • 입력 2004.06.16
  • 수정 2024.11.24

유록의  거센 숨결, 드높고  작열하는 태양이 대지를 그을리던 여름날 오후!

조계사 불교대학 강의실을  찾았다. 강의실 맨 앞쪽엔 부처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강의 내용을 토론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는 오승준(남명)거사와 유재원(금강심)보살 두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불법과의 인연

 

3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대한불교 진각종에서 발행한 진각교전을 인연으로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다는  오승준(남명)거사!   제주도 관음사 서경보(일붕)주지의 육조단경  법문을 듣고 가슴속이 저리도록 감탄했던일,  불법을  공부하며 의심이 일기 시작되면  밤 낮을 가리고 않고 책을 사다보고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으면 멀리 지방에 거주하는 선지식들을 찾아가서  불법을 공부하곤 했다는 오승준 (남명)거사 !

 

한학자이며 향교의 훈장을 지내신 할아버지의  “一止卽正이다.  어떤 일이든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라 그러면 아무리 화가 나는 일도, 부부간에 다툴 일도 없어진다.  한 탬포 멈춰 서서 생각해보면 바른 견해가 나온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보물은 집안의 화목이고  성실하고 검소하게  생활해야 한다.” 는 유언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살았습니다.  결혼 후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존대 말을 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에게 왕과 왕비대접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 그래서  3대에 걸쳐 화목한  집안으로 동네에서도 유명하지요” 웃음가득 말씀하시는 두 분의 얼굴에서 온화함이  묻어나온다.

 

“청년시절엔 천주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부모님 생신이 돌아왔고. 온 식구가  모여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날은  예수님 수난 받은 금요일이라  나 혼자 금식을 하는데 온 식구들이 어디 아프냐며 걱정을 하는걸 보며 맘이 불편했습니다.  가끔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론 꺼림칙한 맘이 많았습니다. 문득 자기 몸을 보호 하려고 껍질을 만들고 결국 그 속에 갇혀버린 ‘소라’ 생각이 났습니다. 부모님 생신인데  가족들의 맘을 불편하게  하고 계율에 자승자박 되어가는 자신에게 회의가 왔습니다. 내 마음속에 (正)바를 정자가 있고 바른길을 행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그만두자며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건강이 좋지 않아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이 빠졌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불법을 만난 것입니다” 

 

수행하며 보낸 젊은시절

 

“젊었을 땐 직장 일을 제외하곤 불법을 공부하고 참선을 하며  정진의 연속 이였다는 남명 거사!  “주말이면 신묘장구 대다라니 1000독을 하기 위해 금요일 날부터 음식을 조절했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물도 먹지 않고 직장 일을 마치고 한시쯤 퇴근하여 가부좌를 하고 기도를  시작하면 화장실을 가는 시간 외 다음날 점심때까지 1000독을 하곤 했습니다.

동시에 집사람은 사찰에 가서 기도를 하고 다음날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이른 새벽부터 잠이 드는 시간까지 일을 제외하곤 기도를 한다는 남명거사와 금강심 보살은 신묘장구 대다라니 진언을 주로 독송하며 운전을 하다가 차가 막히면 화엄경 약찬게를 독송한다.

 

평생을  법무사로 일하며   지내온 오승준(남명)거사는 67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지금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적십자 봉사, 국제 로터리클럽 임원,  성동구치소 교화위원장, 불우 청소년을 위한 중고장학 재단 등 지역봉사를 비롯하여  사회 각층에서 많은 봉사를 하고 있다.

 

'자타일시 성불도'회향을 꿈꾸며

 

“2년 전   불법을 공부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노후를 여법하게 회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계사 기본교육을 받던 중 노인 복지 센타에서  봉사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무거운 솥을 들고 식탁에 올리던 중  신발이 미끄러워 넘어졌고 무릎이 으스러진 사고가 일어 났습니다.   전신마취를 하여 수술을 하고  오랜 시간 입원을 요했지만   수업에  참석하여 조금이라도 더 많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싶어  2주후에  퇴원하였습니다.   유재원(금강심)보살의 부축을 받으며 수업에 참석하고  두달동안 통원치료를 하였습니다.  그 후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누워 있는데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며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링겔 방울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내 몸의 중생들이다.  내 실수로   내 몸뚱이의 수많은 중생들이  약 공양을 받고 고통으로부터 견디고 있구나’ . 하는 생각이 들며 나도  모르게  유원무진 삼보 대자대비 수차공양 명훈가피력 하며 눈물과 함께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 순간 부처님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목발을 하고  조계사에 왔던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하는  남명거사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현재 불대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포교사로써  스님들의 손이  못 미치는 곳에서 봉사하며 평생을 마치고 싶다는 오승준(남명)거사와, 유재원(금강심)보살!

 

"부처님의 흉내라도 내며 살다가 가고싶어요.  우리부부 건강이 허락되는 그날까지  자타일시성불도 대승의 원력을  놓치않고 살것입니다" 지금도  넘치는  명훈가피,몽중가피를 받고 있다는 두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 그 아픈 사고까지도 부처님의 뜻이라며 겸손하게 받아들인다는 두 분의 모습에서 진정한 보살의 모습이 보인다.

 

세속에서 처자와 함께 살면서 어떠한 장애도 느끼지 않고 불도를 행하며 삶 속에서 진정한 맛을 느끼며 살았던 유마거사!  재가생활을 하면서도 오로지 일체중생을  구제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살았던 유마거사!  오승준(남명)거사와, 유재원(금강심)보살의 모습이 진정한 이 시대의 유마거사가 아닐까?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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