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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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지율스님과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
불기 2548년 8월 21일 토요일, 어느 덧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50여일이 지나 60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스님을 뵙기 위해 청와대의 분수대 앞을 방문했다. 어느 해보다 무덥고 잔인한 2004년의 여름, 그 한가운데에 깡마르고 작은 체구의 비구니스님 한분이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앞에서 가녀린 몸짓으로 막바지 여름 끝자락에 계셨다. 천성산 도룡농 소송이 어느 덧 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안건은 법원에서 기각되고 스님은 체포까지 당하는 불상사를 겪게 됐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공사중단과 환경영향평가 1년 재실시라는 한발 양보의 사안조차 정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팽팽한 정국을 맞이한 실정이었다. 대구와 부산을 단지 22분 만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22분을 빨리 가기 위해서 말이다.
도착했을 즈음에는 카톨릭 단체의 모임인 레햄에서 한창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스님 앞에 빙 둘러 앉아서 율동과 노래들을 한껏 뽐내고 자랑했다. 외로이 투쟁하시는 스님과 함께 농성을 하는 김재복 수사님을 독려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들 외에도 농성장에는 성심 수녀회 메리 루 수녀님(오스트레일리아 거주)이 한국의 수녀님 한 분을 대동하고 스님을 격려차 방문했다. 수녀님은 방문한 소감에서 카톨릭 신자들 역시 이러한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종교를 뛰어넘어 똑같은 생명운동을 펼치는 것에 대하여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고 피력했다.
자연에 대한 생명의 소중함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중요시 여기며 인간의 생명만큼이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생명에 대한 스님의 열정이 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생명나눔운동을 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낯선 한국에서 종교가 다른 비구니스님이 생명을 담보로 환경을 지키기 위한 50여일의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자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이러한 예는 없지만 환경을 위한 법률을 재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불도를 닦으며 중생을 제도했고, 또한 화엄의 늪이라 지칭할 만큼 넓은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워 수도하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하지만 원효대사로 인해 당나라 승려 1,000명이 성불하고 성인이 출현했다하여 천성산이란 이름이 붙여진 명산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과 자연 생태계, 이름모를 풀꽃들과 식물들, 곤충과 파충류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숲과 늪을 이루며 살아 숨쉬는 공존의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꼬리치레 도롱뇽은 산소가 풍부하고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가는 까다로운 종으로서 일급수에서만 서식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천성산에서 살고 있는 도롱뇽은 환경지표의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보고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천성산만을 위한 소송이 아님을 말해주듯 상징적 의미가 더 큰 사안이었다. 천성산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이렇듯 우매하게 생명까지 내걸면서 막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자연환경을 지키고자 함이다.
현대문명의 발달과 이기가 불러오는 자연훼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 어떤 재화의 가치로도 판단 불가능한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현재 우리의 이기와 편리, 그리고 안위를 위해 멋대로 행해진 개발과 훼손은 후대에게 돌려주어야 할 부채의 의미가 더욱 큰 상징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송에서 패소하여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닥쳐올 명산들의 개발 난립과 환경을 지켜내지 못하는 시발점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듭 거론할 필요도 없는 새만금 사업이나 북한산 관통도로 역시 무수히 많은 환경단체와 불교계, 그리고 시민단체가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결국 무산되었고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연환경이 파괴됐다. 정부에서 다시 재검토해보겠다는 선심성 발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이미 오래고, 스님을 국책사업의 방해자로 낙인찍으며 검거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상 최대의 무더위 아래 죽음의 고통과 마주한 농성을 벌이는 것이 무릇 타인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도, 또한 남의 일인 양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스님이 자신의 영달과 개인의 목적을 위해 생명을 내놓은 것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깟 산 하나가 무어 그리 대수냐고, 그 곳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이 무슨 소송권이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말할 테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의 미래와 가꾸어야 할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발과 함께 편리해진만큼 사람들은 행복해야 하는데 우리의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
과연 몸과 마음이 건전하고 정신이 맑고 깨끗하며 각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지수가 얼마나 되는지...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인간의 마음속에는 그와는 반대로 공허함과 허전함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게 됐다. 고도화된 문명아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인간적인 범죄는 날로 늘어만 가고 사회는 피폐해져만 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제는 국토의 파괴를 일삼는 난개발이 아니라 진정한 인성을 길러내는 인간을 개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온통 한반도가 회색빛의 콘크리트 건물로, 눈이 부셔 하늘을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의 유리성으로만 채워진다면 삶에서 지친 몸과 마음은 도대체 어느 곳을 찾아가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이제는 개발 그 이전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우려해 보아야 시점인 것 같다. 개발은 천천히,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현재 떠안고 있는 사안들과 문제점들을 재검토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후에 가도 늦지 않으리라 !
도로를 지나치는 자동차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여는 사람들, 그리고 분수대 앞의 관광객들을 바라보면서 스님의 투쟁이 얼마나 고독한 것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커다란 맘모스와도 같은 청와대는 미동초자 하지 않는다. 아무런 일 없는 듯 스님을 외면한 채 그렇게 고고히 그 자리에 있었다. 스님과 대조를 이루면서 말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불교계와 종단에서 관심과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무릇 모든 생명은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신 부처님이 계신 우리의 절은 산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생인손과도 같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환경이 파괴된다는 것, 그것은 곧 불교가 파괴되어가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부디 잊지 말기를 바란다.
도롱뇽 소송 100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하기
천성산 사이트 : http://www.cheonsung.com/
풀꽃세상 사이트 : http://www.fulssi.or.kr/main.htm
후원 : 국민은행 : 008601-04-004289 예금주 : 이헌석 (도롱뇽의 친구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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