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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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조계사를 찾아온 세계음악
10월 15일 늦은 7시, 조계사 입구 양쪽에 늘어선 촛불 길을 따라가니 수백명의 인파가 회화나무 앞마당에서 열광하고 있다. 조계사 창건기념 행사의 하나로 시작되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회화나무 음악회는 본래 예정시간인 1시간 30분을 훌쩍 넘어 밤 10시가 넘어서야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좌석을 지킨 관객과 스님, 출연자들이 이날은 달리 보인다. 모두 끝난 후에 의자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줍는 이들을 보니 아무래도 우리의 시민의식은 선진국 수준을 넘는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이날의 회화나무 음악회 아니 예술제를 살펴봐야겠다.
BBS(불교방송)의 '차한잔의 선율'을 8년째 진행하고 있는 진명스님의 사회로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는 법고, 범종, 피아노가 한데 아우러져 음악회 시작을 알렸고, 어머니 합창단의 천수경과 오분향례, 예불을 노래인 듯 경을 읽는 듯한 모습이 인간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대학생들의 무대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젊음을 느끼게 하였고, 뒤이어진 조계사 무용단의 바라춤은 조용한 듯 힘찬 춤사위가 관객을 매료시켰다.
2부 무대는 이번 음악회의 주제에 맞춘 세계음악으로 어린이 합창단이 5개국의 세계민요를 귀여운 율동과 함께 선보이는 흐뭇한 무대였다. 뒤 이어 안데스에서 온 '뉴깐치난'의 5인조 밴드들의 연주는 귀에 익었지만 어느 나라 음악이었는지 잘 모르는 우리에게 친근함으로 다가왔고, 러시아의 '뉴트리 재즈앙상블'의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는 가을밤을 무르익게 만들어 주었다. 이주 노동자로 미얀마에서 온 '소모두'가 어머니를 그리며 부른 '암메에이'는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짠한 슬픔을 느끼게 하였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면서 "저희(이주노동자)도 사람입니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아름답습니다"라는 외침은 귓가에 자꾸 맴돌았다. 뒤이은 그룹 '고스트윈드'의 공연은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으며, 무용단의 부채춤은 한국무용의 화려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3부 거사합창단의 노래는 웅장하였고, 뒤이어 도량의 모든 스님들과 함께 한 무대는 더욱더 감동을 주었다. 불자가수 김태곤의 무대는 즐겁고 활기차서 그의 CD를 사고 싶게 만들었고, 혼성합창단의 노래와 연기는 조계사 합창단의 성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다보니, 그 날의 감동을 오히려 줄여놓은 것 같아 부끄럽다. 제3회 회화나무 음악회는 조계사 합창단과 무용단 등의 역량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세계음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참석한 관객들의 호응은 어느 무대보다도 뜨거웠다. 게다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스님들의 여흥은 모두를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 외국인들을 보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국제적인 도시의 한 가운데 서있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불교는 더 이상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이제 불교계도 한국불교에 심취한 외국인들과 조계사를 찾는 많은 해외 관광객에게 보여줄 만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제3회 회화나무 음악회는 이제 조계사를 대표하는 행사의 하나로 자리 매김 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의미까지 부여한 무대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은데, 훌륭한 공연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출연자들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애쓴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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