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문화

나의 농촌사랑 일기

  • 입력 2005.05.13
  • 수정 2024.11.27

조계사 원담 주지 스님의 문화일보 기고글

 

 

오랜 산중생활을 하다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온지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도시의 삶?

요즘 나에게 종교적 궁극성 못지않게 화두로 다가온 내용이다. 전에는 간간히 들른 대도시가 산중생활에 침잠한 나에게 어떤 면에서는 생동감과 활력을 준 면도 없지 않았지만 문득 빌딩 가운데 서 있는 나의 모습은 요사이 개그어로 생뚱맞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

 

그런 가운데 도심의 한복판에서 법회와 강의, 신행상담까지 일상에 부대끼다가 지방으로 갈일이 생기면 나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한다. 도시탈출의 심리적 현상이다. 부문별한 개발을 위해 또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행태에 산하와 농촌은 멍들어 있어도 아직 그곳엔 우리의 쉼터가 있다.

 

오래전 인도에 들르면서부터 생긴 작은 습성이지만 나는 지방의 어느 들녘을 지날 때 쯤이면 간혹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산길을 혹은 들녘을 걷곤 했다. 발과 몸은 잠시 생경한 접촉에 낯설어 하다 이내 그곳이 벗할 곳임을 알고 일체가 된다. 그 순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상쾌한 편안함이 밀려온다.

 

돌이켜 생각하면 산사의 생활에서 아욱과 깻잎을 심고 감자를 캐며 배추를 절여 김장을 담그고 늦은 가을 며칠 감나무를 괴롭혀 수확한 떫은 생감을 법당 밑 마루에 짚을 깔고 차곡차곡 쌓으며 겨울이 깊어진 뒤 추위에 몸을 떨며 홍시를 먹던 시절은 얼마나 소박한 수행의 포만감을 주었던지...

 

그런 농가적 그리움은 나만이 가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도심의 대표적인 사찰인 조계사의 사부대중들이 농촌을 그리워하고 그들의 힘듬을 조금은 나누어 가지고자 일사일촌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일년에 몇 번쯤은 조계사 마당에 농산물이 지천으로 널릴 것이다. 그 속에는 도시로 자식을 보내고 힘들게 농촌을 지키고 있는 우리네 아버님 어머님의 땀의 정감이 있다. 또한 도시의 공간이 농촌의 마당이 되는 흥겨움이 있다. 아름다운 만남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위의 글은 문화일보 5월 13일자에 게재된 주지스님의 농촌사랑 기고글 입니다. ::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