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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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관점에서 본 자원봉사의 의미
이 세상에 저 홀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서로가 서로의 인(因)과 연(緣)이 되어 의지해 존재해 나가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이치를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개개인의 삶도 우리에게 베풀어지는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은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삶이 이웃과 자연의 은혜에 의한 것임을 볼 때, 이러한 이웃의 은혜와 나아가서는 대자연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감사와 봉사의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자원봉사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웃과 사회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우리가 당위적으로 해야 할 일이며 공존하는 지혜라고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삶과 존재에 당위적 조건이 되는 자원봉사는 특수한 능력이나 자원을 가진 사람이 욕구를 가진 자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봉사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양자에게 모두 유익한 것이 될 때 비로소 자원봉사의 궁극적 가치인 ‘인간의 행복’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건전한 자원봉사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그 의미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활동이 우리의 삶에 가져다 주는 의미는 크게 개인과 사회의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고 무한한 공덕을 증장케하고 사회적으로는 이상국가라 일컬어지는 ‘불국토’ 건설을 이룩하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우리는 자원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조화롭고 원숙한 인격자로 거듭날 수 있다.
《월등삼매경》에서는 보시의 10가지 이익 가운데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번뇌를 항복 받는 것과 기쁘게 베푸는 마음을 익혀가는 것’을 맨 앞에 둠으로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승보살의 기본수행법인 육바라밀 가운데 가장 먼저 보시바라밀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나보다 어렵고 힘겨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생활을 통하여 다겁생 동안 ‘내 것’이라고 하여 강하게 집착하면서 익혀왔던 탐욕심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타오르는 인간의 욕망을 ‘보시’란 선행을 통하여 적절히 조절하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마침내 불교의 이상인 열반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우리의 본래 구족한 ‘자성청정심(自???心)’을 회복하는 길인 것이며, 앞에서 언급한 연기적인 공존의 이치를 삶 속에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봉사는 보시의 한 형태로서 봉사를 통해 나누고 베풂으로 인해 항상 채우려고만 하는 우리 마음을 비우게 하고, 아울러 ‘나’라고 하는 깊은 아상(我相)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이다. 이는 곧 너와 내가 하나임을 인식하게 하는 동체대비의 정신을 갖춘 조화롭고 원숙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둘째, 자원봉사활동에는 우리를 선업으로 이끌어 행복한 미래를 열어주는 공덕이 있다.
《광명동자인연경》에서는 “가히 백천겁이 지나더라도 한번 지어 놓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닥쳐오면 그 과보를 면할 수 없느니라”고 하여 인과의 법칙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과보의 원인이 되는 행위가 선한 것인가 아니면 악한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모든 행위는 선업이나 악업으로 남아 있다가 어느 때 어떠한 형태로든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하는 행위는 순간 동작은 사라져도 그 세력은 남아 있다가 인연을 만나면 언제이고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인과의 법칙속에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 베푸는 자원봉사야말로 선한 행위를 통하여 선업을 쌓고 그 결과로 복을 받는 최상의 공덕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는 사회의 변혁을 주도 한다.
불교의 근본적 세계관으로서 연기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의상관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을 떠난 사회는 있을 수 없으며 사회를 떠난 개인도 있을 수 없다. 부처님은 《유마경》에서 “마음이 맑아야 국토가 청정해 진다”고 하였고, 《원각경》에서는 “일심(一心)이 청정하면 다심(太心)이 청정하고 다심(太心)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한 개인의 청정한 행위가 개인적인 청정한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마침내는 나라 전체를 맑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자들의 자원봉사활동은 자신의 업을 청정히 하고 복덕을 쌓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를 맑고 향기롭게 하는 변화의 주인공으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영향력은 국가의 번영과 함께 세계의 지구촌 가족들의 삶을 ‘행복한 삶’으로 바꾸는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살기 좋은 이상국가인 ‘불국토’ 건설에 이바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원봉사는 연기적인 입장에서 중생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며, 그 의미로 개인적인 삶을 성장시키고 무한한 공덕을 증장케 하며 사회적으로는 이상국가 실현에 이바지 한다.
흔히 불교를 ‘지혜와 자비’의 종교라고 한다. 지혜란 연기적인 삶의 실상을 정확히 보는 것이며, 자비란 연기적인 세계관에 입각해서 우리는 모두 ‘한 생명’이라는 철저한 인식속에 나누고 베풀면서 ‘동사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불교적 사상에 근거한 불자들의 자원봉사는, 보살도 정신의 실천을 통하여 국가에서 행하는 사회복지의 한계성을 보완하여 사회통합을 이루고, 인류전체의 복지와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것이며, 이는 곧 현실에 ‘극락정토’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 땅에 정토를 실현하는 기본은 바로 지금까지 말해온 보살도의 정신을 현실 속에 구현하는 것이며, 그러한 보살도 정신은 끝없는 원력과 끝없는 정진의 바탕 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보살도 정신의 구현이야말로 중생으로 향하는 종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우리모두는 마음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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