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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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명절과 불교이야기 ③ - 설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셔요
우리 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지 우지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 호사하시고 - 잘 차려 입으시고 * 우지 우지 - 울지, 혹은 울보)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동요 ‘설날’의 가사입니다. 이 노래는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27년에 ‘반달’로 유명한 윤극영선생이 만드신 노래입니다. 설날 풍경을 정말 잘 표현해 놓았는데 흔히 1절이나 2절만 부르거나 알고 있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마침 이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 터라 이 지면을 빌어 가사 전문을 적어 봅니다.
노래가사처럼 고운 설빔을 차려 입고 세배를 드리는 ‘설’은 한식· 단오· 추석과 더불어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4대 명절로 귀하게 모셔져 왔으나 일제 시대 때 양력설로 바뀌어졌고, 광복 이후에도 이중과세 방지라는 명목 하에 오랫동안 제 시간이 아닌 양력설로 지내온 아픔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85년에 음력설이 ‘민속의 날’로 지정되어 공식적인 공휴일로 인정되었고, 89년 2월 1일 정부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지정 ․ 시행함에 따라 본래 설인 음력설을 제대로 모실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도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하며 질곡(桎梏)의 근현대사를 거쳐 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설날을 대표하는 풍속으로는 세배, 떡국 먹기, 연날리기, 윷놀이 등이 오늘날에도 성행하고 있으며, 특히 절에서는 불교만의 특별한 의식인 ‘통알의식(通謁儀式)’등이 치러집니다. 이 통알의식은 말 그대로 ‘모두에게 아뢴다’는 것이니 석가모니 부처님이하 제불보살, 호법신중, 사부대중 등 모두에게 세배를 올리는 의식을 말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사찰에 거주하는 모든 대중이 법당이나 큰 방에 모여 서로 마주보고 인례자(引禮者)의 선창에 따라 복창하면서 함께 삼배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처음 시작하는 부분을 예로 들면 ‘복청대중(伏請?衆) 일대교주(一代敎主) 석가세존전(釋迦世尊前) 세알삼배(歲謁三拜)’하고 선창자가 선창하면 참석대중들이 이를 따라 복창하면서 삼배를 하게 됩니다. 점차 순서가 진행됨에 따라 어른스님부터 차례대로 앉게 되고 마지막에는 젊은 스님이나 신도들이 절을 하고 앉게 됩니다.
이러한 통알의식을 하는 이유는 동안거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새해인사로 인해 수행분위기가 흐트려지고 공부하는데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촌각이라도 시간을 아껴 수행에 매진토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렇듯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통알의식도 한 때는 대부분의 절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몇몇 강원이나 총림에서만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해오던 적이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대중이 그리 많지 않은 사찰에서도 적극적으로 통알의식을 시행하고 있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편 동국세시기나 조선불교통사 등에 전해지고 있는 불교와 관련된 설날 풍속으로는 정초의 법고(法鼓)와 승병(僧餠)에 대한 풍속을 들 수 있습니다.
법고는 정월 초가 되면 스님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북을 치면서 염불을 하면 사람들이 시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오늘날의 탁발(托鉢)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예전에는 탁발을 자유롭게 하였으나 오늘날 조계종에서는 여러 폐단을 우려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종법으로 ‘탁발’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의 풍속으로는 승병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예로부터 절 떡, 즉 승병을 먹이면 마마(천연두)에 좋다고 하여 절에서 만든 떡 하나에 일반 여염집에서 만든 떡 두 개와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는 동지 풍속 중 애동지가 든 해에 팥죽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하여 팥떡으로 대신하였고 정이나 팥죽을 먹으려면 이러한 속설에 구애되지 않았던 - 뒤집어 보면 절이 영험이 높은 곳으로 받아들여졌음을 알 수 있다 - 절에서 팥죽을 얻어먹었던 전통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설날’은 한식· 단오· 추석과 더불어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4대 명절이만 다른 명절과 달리 한 해를 시작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명절입니다.
‘설’이라는 말도 새로움, 시작을 의미하는 ‘낯설다, 설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도 하고‘사리다, 삼가다’는 의미의 ‘살’에서 유래됐다고도 합니다.
혹은 나이나 세월을 의미하는 ‘한 살, 두 살’의 ‘살’에서 유래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 이야기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 모든 이야기들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고, 시작함에 있어 삼가고 조심할 것을 가르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정월의 초하루이자 올 해의 첫 날인 설날을 맞아 집안에서 정성껏 차례를 모시고 난 후 평소 다니던 절이나 집 가까운 사찰을 찾아 도반들과 함께 통알의식을 해 보면 어떨까요?
분명 이전과는 구별되는 뜻 깊은 설날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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