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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의 화두 - 발우(鉢盂)를 비우며

  • 입력 2007.11.19
  • 수정 2024.11.22

우리는 왜 반목하고 질시하고 서로를 불신하며 화합하지 못하는가?

근본적으로 우리 불교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와 악습은 왜 철폐되지 않고 답습되며 불도(佛道)의 지식인(知識人)들은 수미산 그늘의 몸을 숨기고 깊은 잠에 빠져 침묵하는가?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인가?

 

최근 불교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며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어떠하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하루아침 눈을 뜨고 나면 신문, 방송 등으로 쏟아지는 불교계의 좋지 못한 소식들... 어쩌다 세간 입 초사에 오르내리며 지탄과 가십의 대상이 되었는가? 종단에 큰 스님들은 두 귀와 두 눈을 가리고 중생의 간곡한 소리들을 왜 귀담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낡은 악습으로 변화하지 못하시는가? 안타깝고 안타깝다.

 

불교, 불교(佛敎)는 출가자(出家者) 재가자(在家者) 그 어느 특정인이 사유할 수 있는 개인의 종교가 아니다. 종도 누구나 부처님의 말씀으로 수행하고 참선하여 부처의 이를 수 있는 만인의 평등한 종교다. 따라서 출가자는 끊임없는 자기 정진과 수행으로 불도의 안내자가 되어 재가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의무가 있고, 재가자는 출가자들이 마음 놓고 수행과 정진할 수 있는 환경과 재정을 조성 보필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여 함께 같은 길을 가는 구도자로서 서로가 공생공존할 때 진정한 부처의 나라가 되는 것. 상식이 통용되는 화합만이 지금 우리가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조그만 발우에 삐딱한 금을 긋고 네 것과 내 것을 가리며 쌀 한톨이라도 더 챙기려는 일부의 인사들로 인해 불교가 매도당하고 일반인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추이는 이 현실이 실로 개탄스럽고 실망스러워 단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구성에는 큰 어른 할아버지도 계시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 아래 나이가 어린 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치와 역할로 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모진 세파 안에서 할아버지와 손자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존중하며 화합하여 살아가는 집안만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보게 된다.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그러한 구성원 안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정도의 원칙을 지키며 화합할 때 그 나라도 번영하고 융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변화할 때 이다. 스님들도 변해야 하고 신도들도 변해야 한다.

보라 지금의 현실을 - 잊었는가, 부처의 석상들이 목이 잘려 처참하게 골짜기에 나 뒹굴던 그 굴욕적 탄압의 역사를 - 어쩜, 불교라는 용어조차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시간들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이 절대 절명의 위기를 왜 직시하지 못하고 자가당착에 빠져 무사안일과 반목과 질시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죽비로 '탁!' 할(喝)! 깨쳤는가?의 시대는 지나지 않았는가.  낡은 사찰 문화유산의 기대여 종단을 운영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종단운영을 과감히 개방하여 적시적소의 재가 전문가들을 기용하고, 재가자라도 유능하고 참신한 CEO들을 기용하여 재정을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재정으로 스님들의 노후를 확실하게 보장해 드려야 한다. 아무 염려 없이 열심히 수행 정진할 환경을 조성해 드리고, 신도들 또한 처처곳곳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어느 특정 스님을 따라 철새처럼 제적을 옮기는 철새행태를 버려야 할 것이다. 스님만 계시는 사찰이 어떻게 존재하고 신도만 있는 사찰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나를 비워 내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청정해져야 하는 것.

 

위대한 스님들이시여! 결코, 봉암사 그 결사의 큰 뜻을 잊지 마소서.

신도들이여! 바로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나를 돌아보고 맡은 바 소임에 충실 하소서.

 

대한민국 불자들이여! 잠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교계의 이 커다란 난국을 똑바로 직시하고 성찰과 화합으로 슬기롭게 극복하여 2천여 년 지켜 온 이 땅의 불교를 더욱 빛내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 타불!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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