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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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름~수행이 깊어가요
8월 7일, 말복을 앞에 두고 정말 제대로 덥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와 후덥지근한 여름 아침 무더위에도 원심회 불자들의 구도 열기는 뜨겁다.
2009년 실상사에 이어 올해는 경상남도 남해 용문사에서 1박2일 여름수련회를 맞았다.
가만히 서있어도 후끈한 아스팔트 열기에 팔이 데일듯하다.
그래도 휴게소에서 도반들과 함께 맛본 약초비빔밥에 힘을 얻는다.
수계받기 전 공부 방법으로 자비관수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어려운 공양게송을 쉬운 수화로 대신하여 늘 실천하는 것이다.
“귀한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용문사가 호구산 깊숙이 있어서 항상 구름이 걸쳐 있어 산세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늘 날씨가 흐린데, 원심회 분들이 오신다니 평소와 달리 화창하니 참 신기합니다.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요.”
혜봉스님이 버선발로 맞아주는 고향 어머님 마냥 마음으로 안아주심이 감사하다.
항시 용이 있어 상서로운 기운이 있다는 절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미륵전이 나란히 있다.
5발짝만 걸어도 다음 요사채다. 멀리 멀리 떨어져 있는 큰절에 비해 옹기 종기 모인 생김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대웅전 뒤로 펼쳐진 천여 평의 녹차밭은 용문사의 명물이다.
차 맛을 안다는 사람치고 용문사 녹차맛을 최고로 치지 않는 사람이 없단다.
바닷 바람과 기온, 산기운이 만들어 낸 최상품 인 것이다.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이다. 802년 신라 애장왕 3년에 창건되었으나, 임진왜란때 불에 타 없어졌다가 1661년 현종 2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보광사를 학진이 옮겨와 중창하였다. 용연 위쪽에 터를 잡았다해서 용문사라 불렀다. 임란이후 호국도량으로 널리 알려져 숙종때 수국사로 지정하였고, 왕실의 축원당으로 삼았다.
대웅전과 천왕각, 명부전, 칠성각, 봉서루, 산신각, 요사들이 현존하는데 1751년에 세운 백련암과 염불암은 산내 암자로 남아 있다. 대웅전은 정면3칸, 측면3칸의 팔각지붕 건물로 처마 밑에 용두를 조각해 놓았는데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아름답기가 절로 입이 벌어질 정도다.
백련암은 용성스님과 성철스님 등 고승들이 수도하던 곳으로 경봉스님이 쓴 편액을 볼 수 있다.
대웅전과 석불, 촌은 집책판은 각각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천왕각과 명부전은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사찰 곳곳에 역사가 살아있다.
가족 단위로 함께 온 어린 원심회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역사공부가 없다.
대웅전 부처님과 마주하여 앉을 수 있는 봉서루의 내부 석가래와 기둥들은 그 오래됨에 절로 눈이 휘둥그래진다. 처음 해보는 발우공양에 당황한 김태윤 어린불자는 단무지까지 다 먹어버렸다. 이걸 어떻게 다 마시냐며 울상이다. 그래도 발우를 정리할 때는 스스로 대견스러워한다.
스님들과 함께한 저녁 무렵 바닷가 포행이 파도소리와 어우러졌다.
방파제에 앉아 진한 바다냄새도 맡아본다.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해도 캄캄한 어둠속의 도반의 얼굴과 웃음소리를 볼 수 있다. 내려오는 길 못지않게 길고도 가파른 돌아가는 길이 이어졌다. 찌르래기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우지만, 밤안개와 서울서도 보지 못한 수많은 별들 보기에 고개가 바쁘다. 오래도록 기억하려 자꾸 눈에 담는다. 흠뻑 젖은 옷소매로 밤바람이 시원스레 들어온다. 두손 가득 떠 먹는 감로수가 이리 달고 시원하기는 처음이다. 수박 한 조각 정신없이 해 치우고 도반들 얼굴보며 서로 웃는다.
대웅전 앞마당 가득히 소원초를 밝히며, 가족과 도반들과 함께 추억의 사진도 찍었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다. 나보다 소중한 다른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것은 말이다.
엄마와 함께 온 태윤이도 암투병으로 고생중이신 김인영 할아버지 그리고 원심회 자원봉사를 생각하며 아빠, 엄마와 함께 온 김연주(서울여중3), 항상 손잡고 다니는 잉꼬부부 전병철, 엘레나 불자도 모두 추억을 만드는 행복한 순간이다.
다음날, 전날 힘든 바닷가 포행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예불, 108배 그리고 참선을 마쳤다. 절이 힘든 몇몇을 빼고 모든 원심회 불자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한자 한자 읽으며, 절하는 모습이 숙연하기까지 하다.
녹차밭을 직접 둘러보고 용문사 차맛을 느껴보았다.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차 맛에 모두들 역시나 한다. 부드러운 목 넘김에 모두들 절로 미소를 짓는다.
성전스님은 차담을 나누며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며, 지금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부자가 되길 바랍니다.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의 건강을 챙길 줄 알며, 지금의 몸 불편함이나 장애를 역경이라 생각지 말고 수행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 더욱 정진한다면 다음 생에선 복을 짓는 일이 될 것 입니다.”라고 격려의 법문을 하셨다.
불교방송이나 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성전스님의 청아한 목소리에 봉서루 밖의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더 이쁘다.
회향하는 길엔 남해 죽방렴을 둘러보았다.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원시 고기잡이 방법이다. 남해 죽방렴은 지족해협의 물살이 빠른 점을 이용하여 방향을 잃은 물고기들이 죽방렴 안으로 들어오면 고기를 거두어 들인다고 한다. 지금도 너무 귀하여 비싼값에도 잘 팔린단다. 그 옛날 귀하디 귀하여 임금님 진상품이었다고 한다.
원심회는 1988년 수화교육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일요법회를 열고 있으며, 법회를 전후해 청각장애들과 자녀들을 대상으로 수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불교도서의 점자사업과 녹음도서 작업도 펼치고 있다. 앞으로는 장애인 개개인의 포교가 아닌 장애인 가족포교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가정생활에서 더 편안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며, 가정방문을 통해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를 파악할 것이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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