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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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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의 화두 -우리 절 조계사, 그리고 왕생극락(往生極樂),

  • 입력 2011.08.01
  • 수정 2024.11.23

참 많이 속상했습니다.

비가 퍼붓는 대웅전 댓돌에 서서

쏟아지는 빗물들을 가슴으로 받으며

엉엉 울었습니다.

 

아주 착한 동무였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 했지요.

내가 지치고 힘들 때, 부처님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그런 그가 몇 일전 폭우 때 가족들을 지키다

물에 휩쓸려 한 참을 떠 내려가

오늘에야 하천 바닥에서 찾았습니다.

불러도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늦은 밤, 가끔 조계사 쉼터 "가피"에 앉아

인생살이가 다 그런 거라고, 뭐 속상한 일 있으면

우리 조계사 부처님께 다 말하라고,

여직, 한 번도 안 들어 주신적이 없다며

우직하게 나를 설득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냥 편하다고 했습니다. 편해서 좋다고 했습니다.

조계사 대웅전 앞뜰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이는

불빛 새는 창문 넘어 부처님 용안을 슬며시 볼 수 있어 좋고

청명한 밤 하늘로 키 높게 서서, 작은 가지들을 살랑거리는

훼화나무의 춤사위, 어느 스님인가 "신묘장구대다라니" 독경소리에

한 참을 취해 넋을 놓으면 세상사 다 무슨 소용인가?

그냥 편안(便安)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내 곁에 없습니다.

내 힘으로 해 줄께 하나도 없어 그냥 엉엉 울고만 서 있습니다.

사는 동안 많이 보고 싶겠지요.

부디, 부처님이시어 그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세요.

이 절대한 그리움들을 당신에게 돌리오니 감읍하소서.

 

2011.7.31 백중5재가 있던 날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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