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복을 입은 모습으로 방 문고리를 살짝 열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잠이 깨어 안았던 어미를 흔드니 이미 가 버린 뒤였다
안고 있다가 잠시 눈 붙인 순간에
이름 모를 동산에서 하얀 부채를 부치며 평화로운 외할머니는
소꿉친구요 말동무요 이야깃주머니로 핏덩어리를 보살피며 키우다
떠날 때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없이 떠난 뒷모습은 흰색
“엄마 팔에 깁스는?” “조금 다쳤다”
외손자의 장난에 밟혀 팔에 금이 갔다 는 말에
무엇이 두려워 거짓말을 했을까 사랑이었을까
무한한 사랑으로 보살피고 돌본 흔적은 지워지지도 않고
가슴 속 깊숙이 연 씨처럼 저장되어 드러났다
금방 귀를 울리며 이놈아, 지금 뭘 하고 있느냐 할 듯
매미가 시끄럽게 솔밭을 울릴 때 떠오르는 한없는 모정에
흘러버린 나를 되돌리며 부채질을 한다
20110803 수 열대야의 밤 어머니의 백중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