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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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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맑고 향기로운 곳 운악산 봉선사

  • 입력 2011.08.05
  • 수정 2024.11.20

오늘 자연을 벗 삼아 삶의 멋과 여유를 누리는 호사를 했다.
열심히 일 한 사람 떠나라 했던가? 지긋 지긋하게 내리는 올 여름의 비와 무더위 속에서 숨 가쁘게 일한 나에게 주는 위로의 작은 휴식은 달콤했다.
물론 오늘도 비다. 하지만 오늘의 비는 다른 날에 내린 비가 아니다.
초록에 지친 산사와 수목을 더 활기 넘치게 했고 느리게 딛는 발걸음에 사색을 주고 솔잎에 맺힌 빗방울의 영롱함은 소녀시절의 풋풋한 감성을 안겨 주었다.

▲ 봉선사 연밭

오늘을 선물해준 그 곳 '천년 역경의 산실 교종 수사찰 운악산 봉선사' 다.
연꽃축제의 현수막을 보고 무작정 찾아갔지만 시간이 이미 지났음을 연밭은 말없이 백련 두어송이로 말하고 있었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우산 속 가족. 연인들은 자연에 젖어 하나다.
가끔은 빠름보다 느림에 순응하며 사는 삶이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이 둔탁하다. 거기에 취임새라도 넣으려는 물소리가 장구채에 힘들어 가듯 여기도 저기도 콸콸 힘 있다.

▲ 봉선사 범종각

'운악산 봉선사' 일주문을 지나자 운무에 쌓인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조비 정희왕후가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우측으로 범종루가 웅장하게 자리했다.
불자들이 적어 놓은 기와불사가 가지런히 서원의 뜻을 담고 임무 완수에 들었다. 꿈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더 강하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봉선사 대웅전

사시예불 목탁소리 독경소리가 자연과 어울려 발걸음을 재촉하여 경내로 들어섰다. 금동석가여래좌상과 문수. 보현보살좌상을 중심으로 석가모니후불탱. 신중탱. 반자를 봉안한 '큰 법당'현판이 낯설면서도 친근감에 반갑다.

처마 끝 낙수가 동그랗게 흔적을 남기며 물방울이 보글보글 끊어 오르듯 도량을 적시지만 관음전에서 기도에 들어간 불자는 미동도 없다. 제발 저 불자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합장해 본다.

▲ 봉선사 조사전

▲ 봉선사 설법전

봉선사는 제25교구 본사 교종본찰답게 14전각이 자리했다. 큰법당 앞 괘불은 조선 영조 11년 정조의 모친인 영빈김씨를 위해 제작되었다(경기도 유형문화재165호) 상단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하여 좌우에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이 모셔져있는 우리나라 탱화 중 특이한 형식을 갖추었다고 하는데 괘불대만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다.
봉선사성보에 별도 보관되었다가 초파일에만 일반에게 공개된다는 목조 아미타불은 봉선사 팜플렛에서만 바라 볼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 봉선사 참나리

▲ 봉선사 키다리 국화

경내 발길 닿는 크고 작은 공간은 꽃들의 세상이다. 유년시절 초등학교의 화단을 연상하게 한다. 칸나. 나리꽃. 비비추. 봉숭화 등등 이름조차 아리송한 꽃들이 물을 한 웅큼씩 머금었다.

 

포행을 하시는 걸까? 우중에 스님 두분의 뒷모습이 초록과 어우러져 평화롭다. 산사의 오솔길에서 만나는 스님의 뒷모습은 언제나 카메라 렌즈 고정이다.

이제 그만 멈춰도 되련만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서둘러 귀가 한다는 것이 실수였다.
무심코 대딛는 발자국이 허공에서 곤두박질했다. 금새 땅속으로 한쪽다리가 숨었다. 허우적...
"아! 부처님 감사합니다. 두 다리를 숨기지 않고 한쪽 다리가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셔서 부처님 고맙습니다."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은 것에 안도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255번지 제25교구본사 봉선사는 교종 수사찰의 종풍과 선종사찰의 법맥을 전승하고 있는 경기북부 대표 사찰이다. 출.재가 교육과 포교에 중점을 두고 수도권 문화포교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봉선사 (031-527-1951) 를 답사했다면 근처에 있는 국립 수목원 (옛 광릉수목원 /포천시 소홀읍 광릉수목원로415 전화031-540-1030)을 추천하고 싶다. 1468년부터 국가적으로 엄격하게 보호 관리해 온 국내 최고의 숲으로 화요일-토요일개방이며 예약하신분만 입장가능하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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