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불전과 몇백년은 족히 되었을 모과나무기둥의 차향사류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
"차 맛이 독특하고 향이 참 좋군요." 구층암 운영 소임을 맡고 계신 덕제스님과 마주한 차담(茶談),이 곳 구층암을 중심으로 저 밑 화엄사 탑전과 각황전 뒷 편, 봉천암과 옥류봉, 차일봉에 이르기까지 야생차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오시며 보셨다시피 차나무가 대나무숲에서 자라고 있지요. 대나무 잎에 내린 이슬을 먹고 자란 차나무, 넓게는 건너편 연기암까지 군데 군데 분포 되어 있으나, 차를 만드는 공정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다보니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아 경내의 수행자나 사중스님들만 끽다 했었는데, 이제 그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의 오묘한 맛을 여러 불자들과 함께 하려 차 만들기 체험장을 4월중순부터 6월말까지 금요일에 입소하는 2박3일의 일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기도도 하고 이 차향사류(茶香四流) 다실에서 차 맛을 즐기며 다도삼매(茶道三昧)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 덕제스님과의 차담, 가장 원초적 향기 배냇향이 났다.
전통과 떢음의 비밀 이였을까? 코끝으로 혀속으로 그리고, 가슴속으로 배냇향이 스몄다. 멱 감긴 갓난 아기의 살갗에서 나는 그 향, 은근하고 그윽함에 매료 되어 한동안 혼미에 빠졌다. 배릿한 향, 일명 차의 호사가들은 이것을 다신(茶神)의 왕림으로 해석하며 삶의 구경을 얘기 하기도 했다.마음을 비워 낸 텅빈 공간에 어리는 향기로운 모태 즉, 공즉시색(空卽是色). 그 모태 속에 어려있는 텅 빈 것, 색즉시공(色卽是空). 우주의 생명력 안에서 진리와 순응을 가르쳐 주는, 하여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정성을 다해 차를 우려 대접하며 담소하는 일은 스쳐 가는 인생여정의 아름다운 구경일 수 있는 것이다.
▲ 아늑하고 편안한 해우소_근심을 풀다.
차담을 뒤로 돌아 오는 길, 비가 내린다. 가는 실비가... 비단실 오래기같은 은은한 는개비 속으로 탁,탁,탁 목탁이 산자락까지 울려 퍼진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아름다운 암자에서의 짧은 안거(安居), 나는 또 그렇게 도시에서의 하루를 버틸 에너지를 보충했고, 은근한 목탁소리는 오래도록 귓전에 남아 마음 구석 방부를 들였다.